노자지귀 7권 권칠-인지기편·생야유약편·천지도편·유약우수편·소국과민편도가철학해설(卷七)

📚 노자지귀(老子指归) · 제7편

권칠-인지기편·생야유약편·천지도편·유약우수편·소국과민편도가철학해설(卷七)



📖 1. 인지기편(人之饥篇) — 백성의 주림과 위정자의 작위 (도덕경 제75장)

노자(老子)의 원문:

백성들이 주리는 것(人之饥)은 위정자가 세금을 너무 많이 거두어가기 때문이니, 이 때문에 주리는 것이다. 백성을 다스리기 어려운 것(民之难治)은 위정자가 억지로 무언가를 꾸며 대는 작위(有为)가 있기 때문이니, 이 때문에 다스려지지 않는 것이다. 백성들이 죽음을 가벼이 여기는 것(民之轻死)은 삶을 너무 두텁게(호화롭게) 살려고만 탐하기 때문이니, 이 때문에 죽음을 가벼이 여기는 것이다. 대저 삶을 억지로 꾀하지 않는 자(无以生为)가 삶을 지나치게 귀하게 여기는 자보다 훨씬 더 어질다.

엄군평(嚴君平)의 지귀(指歸) 주해:

도덕이 인간을 낳아 기르는 것에는 알맞은 분수(分)가 있고, 천지가 사람에게 베풀어 채워 주는 것에도 분수가 있습니다. 제후와 수령이 나라를 지키는 것에도 분수가 있고, 신하가 공무의 직분을 받드는 것에도 분수가 있으며, 만물이 제 몸을 보존하는 것에도 분수가 도사리고 있습니다.

생명과 천명을 품부받아 온갖 형체를 빚어내고 마음과 뜻을 맑게 열어 제 삶을 얻으며, 오장육부가 서로를 돕고 혈기가 끊임없이 흐르며, 안팎이 서로 응하고 위아래가 서로 신뢰하며 사지를 굽히고 펴는 데 편리하고 눈과 귀가 밝은 것, 이것이 바로 도덕이 사람에게 나누어 준 위대한 분수(道德之分)입니다.

봄에 만물이 싹트고 여름에 자라며 가을에 거두고 겨울에 갈무리하듯이, 음양이 조화롭고 만물이 풍성하여 백성들의 움직임이 모두 삶을 살아가기에 넉넉한 것, 이것이 바로 천지가 사람에게 나누어 준 위대한 분수(天地之分)입니다.

– 임금이 도덕에 기대어 백성을 화평하게 하는 것: 제후가 지켜야 할 분수입니다.

– 신하가 충성과 믿음으로 맡은 공무를 사심 없이 받드는 것: 신하가 지켜야 할 분수입니다.

– 백성이 성실하고 순박하게 때를 맞추어 농사짓고 옷을 입어 분수를 지키는 것: 만민이 제 몸을 보존하는 분수입니다.

만약 움직임과 정정이 조화를 잃으면 도의 분수를 잃는 것이요, 철에 맞추어 농사짓고 길쌈하지 않으면 하늘의 분수를 잃는 것입니다. 나를 버리고 남을 침범하면 군왕의 분수를 잃는 것이요, 억지 기교와 속임수를 지어내 꾸미면 신하의 분수를 잃는 것이요, 음식과 의복을 사치스럽게 탐하면 백성의 분수를 잃는 것입니다.

분수를 잃으면 본성을 온전히 지킬 수 없고 집안이 편안할 수 없으며 나라도 보존할 수 없으니, 오직 제 분수를 평소처럼 엄격히 지키는 자만이 천지와 조화롭게 통할 수 있습니다.


📖 2. 생야유약편(生也柔弱篇) — 부드러움은 삶의 길이고 단단함은 죽음의 길 (도덕경 제76장)

노자(老子)의 원문:

사람이 살아 있을 때는 부드럽고 약하나(柔弱), 죽으면 단단하고 뻣뻣해진다(坚强). 풀과 나무가 살아 있을 때는 부드럽고 연약하나, 죽으면 시들어 바짝 마르고 딱딱해진다. 그러므로 단단하고 강한 자는 죽음의 무리(死之徒)요, 부드럽고 약한 자는 삶의 무리(生之徒)이다. 이 때문에 군대가 강하기만 하면 끝내 승리하지 못하고, 나무가 너무 굳고 억세면 뚝 꺾어지고 만다. 강하고 큰 것은 아래에 처하고, 부드럽고 약한 것은 위에 처하게 되는 법이다.

엄군평(嚴君平)의 지귀(指歸) 주해:

형체도 없고 소리도 없으며 빛깔도 맛도 냄새도 없으나, 들어오고 나가는 구멍이 없고 위아래로 뿌리박지 않은 채 오직 맑고 고요함을 지키며 부드럽고 매끄럽게 만방의 변화를 이끄는 위대한 실체, 이름할 수 없으나 굳이 일컫는 이것이 바로 신명(神明)입니다.

신명은 아득한 허무(太虛)에서 생겨나고 아무것도 없는 무(無)에서 자라납니다. 아무리 주어도 줄어들지 않고 아무리 받아도 다함이 없으며, 움직임은 무궁무진하고 정적은 아스라합니다. 천지가 아무리 치달려도 따라잡을 수 없고 음양이 아무리 날뛰어도 붙잡을 수 없으니, 물려받아도 닳지 않고 베풀어도 마르지 않습니다.

인간의 몸에 신명이 깃들면 뼈가 부드럽고 힘줄이 나긋나긋하며 피와 기가 세차게 흘러 얼굴에 빛이 나고 사지가 윤택하며 몸놀림이 가볍고 뼈마디가 정밀해지며 날마다 총명해지니, 이는 성스러운 신령이 몸을 대궐 삼아 머물고 계시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신명이 몸에서 떠나면 몸이 시들어 가죽만 남고 혀가 오그라들며 뼈마디가 딱딱하게 굳어 꺾어지니, 이는 신령이 몸에서 빠져나갔기 때문입니다. 풀과 나무가 처음 돋아날 때는 파릇파릇 가지가 윤택하고 잎사귀가 부드러우니 양기가 머무는 까닭이요, 시들어 죽을 때는根莖이 바짝 마르고 가지가 빳빳하게 굳어 부러지니 양기가 다 빠져나갔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신명이 머무는 곳에서는 위태로운 몸도 편안해지고 다 죽어가는 목숨도 다시 살아나지만, 신명이 떠나간 곳에서는 평안하던 자도 위태로워지고 건강하던 장사도 그 자리에서 즉시 고꾸라져 죽습니다. 부드럽고 매끄러운 수분이 가득 적셔지는 것은 삶의 궁궐이요, 단단하고 바짝 마르는 강직은 죽음의 형상입니다.


📖 3. 천지도편(天之道篇) — 하늘의 활시위와 공평무사한 도리 (도덕경 제77장)

노자(老子)의 원문:

하늘의 도(天之道)는 마치 활시위를 땅기는 것과 같다. 높은 것은 꾹 눌러 낮추고, 낮은 것은 들어 올리며, 남는 것은 깎아서 덜어내고, 부족한 것은 보태어 채워 준다. 하늘의 도는 이처럼 남는 곳에서 덜어내어 부족한 곳을 채워 주건만, 인간의 도(人之道)는 그렇지 아니하여 부족한 자의 것을 억지로 빼앗아 남는 자에게 가져다 바친다. 그 누가 넉넉함을 넉넉히 품고서 온 천하 백성에게 베풀 수 있겠는가? 오직 도를 터득한 자(有道者)만이 그리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성인은 공을 세우되 뽐내어 기대지 않고(爲而不恃), 성공을 이루어도 그 자리에 머물러 거드름 피우지 않으며, 자신의 어짊을 남에게 뽐내어 드러내려 하지 않는다.

엄군평(嚴君平)의 지귀(指歸) 주해:

천지가 시작되기 전, 음양이 싹트지 않고 추위와 더위가 조짐을 보이지 않으며 밝음과 어둠이 형상을 이루지 않았을 때, 맑은 기운은 위로 솟구치고 탁한 기운은 아래로 가라앉으며 그 한가운데 조화로운 기운인 화(和)가 처해 있었습니다.

이 세 가지가 함께 일어나 천지가 이루어지고 음양이 교감하여 만물이 생겨났으니, 이를 잃으면 망하고 얻으면 번창합니다. 이 조화로움(和)이라는 것은 굳세어도 부러지지 않고 부드러워도 꺾여 말리지 않으니, 하늘에서는 먹줄이 되고 땅에서는 수평이 되며 양에서는 원이 되고 음에서는 네모가 됩니다.

그러므로 이 조화로움(和)이야말로 도덕의 거룩한 쓰임이요, 신명을 보좌하는 기둥이며, 천지의 위대한 법도이자 모든 생령이 기대어 살아가는 영원한 대궐입니다.

대저 하늘과 땅의 도리는 백성에게 어떠한 해(害)도 주지 않고 오직 무위(無爲)를 엄격히 지키며 만물의 흐름을 깊고 두텁게 순종하여 거두니, 모든 생령이 저마다의 자연스러운 천명을 얻어 스스로 평안해집니다.

그러므로 너무 극성하여 타오르는 것은 제 스스로 무너지고, 너무 팽팽하게 당겨진 활시위는 제 스스로 헐거워지며, 숨겨진 것은 밝게 드러나고 미세한 것은 훤히 나타나며, 부족한 것은 더해지고 남는 것은 저절로 깎여 덜어지니, 천하 만물이 골고루 한 분수씩 얻어 살아갈 뿐 저 혼자 다 움켜쥘 수 없습니다.

이 때문에 비늘 달린 물고기는 털이 없고 털이 덮인 짐승은 깃털이 없으며, 사나운 송곳니가 돋은 범은 뿔이 없고 머리에 뿔이 돋은 황소는 윗니가 없으니, 낮에 돋아난 것은 밤에 숨고 앞에서 횡재한 자는 뒤에서 반드시 잃어버리는 법입니다. 세상에 두 번 연속으로 이득을 독차지하는 법은 결코 존재하지 않습니다.


📖 4. 유약우수편(柔弱于水篇) — 세상에서 가장 부드러운 물의 위대한 힘 (도덕경 제78장)

노자(老子)의 원문:

천하에 물(水)보다 더 부드럽고 약한 것은 없건만, 단단하고 강한 것을 쳐서 부수는 힘에는 그 누구도 이 물을 앞서지 못하며 그 어떤 것도 물의 자리를 대신 채우지 못한다. 약한 것이 강한 것을 이기고 부드러운 것이 단단한 것을 이기는 도리를 천하 백성들이 모르는 자가 없건만, 정작 능히 행하는 자는 아무도 없다. 성인이 일컫기를, ‘나라의 온갖 치욕과 더러움을 제 몸으로 묵묵히 받아내는 자(受国之垢)를 일컬어 사직의 참된 주인이라 하고, 나라의 온갖 불길한 재앙을 제 몸으로 다 짊어지는 자(受国不祥)를 일컬어 천하의 참된 왕이라 한다’고 하였으니, 이 참된 바른 말은 세상의 속된 법도와는 정반대로 뒤집혀 들리는 법(正言若反)이다.

엄군평(嚴君平)의 지귀(指歸) 주해:

도가 머금고 천지가 실어 나르며 음양이 변화시키고 일월이 비추는 만물의 법칙 속에서, 단단하게 굳어 스스로를 자랑하는 자는 반드시 쇠망하고(積堅者敗) 부드럽고 매끄러움을 품고 낮추는 자는 기필코 승리하니(體柔者勝), 이것이 바로 대자연의 변함없는 철칙입니다.

이 때문에 물은 억세게 단단한 바위를 뚫고 굳센 황금을 통과하며 산을 무너뜨리고 둑을 파괴하며 사방을 흘러 소통하되, 그 넓음은 무궁무진하고 깊음은 아스라합니다. 아무리 퍼내어 써도 마르지 않고 만물을 부드럽게 적셔 기르며 온 사해로 흘러가도 제 공을 자랑하지 않습니다.

물은 겉모습이 지극히 부드럽고 약하며, 움직이고 멈춤에 오직 때를 기다려 따르고, 절대 제 스스로 먼저 소리쳐 지르지 않고 오직 촉촉하고 부드럽게 적셔줄 뿐입니다.

그리하여 온갖 세상의 장인들이 쇠를 벼리고 돌을 깎으며 단단하고 강한 것을 부수어 다스릴 때 이 물이 아니고서는 결코 이루지 못하니, 세상에 물보다 더 웅장하고 위대한 힘은 도무지 존재하지 않습니다.


📖 5. 소국과민편(小国寡民篇) — 영토는 작고 백성은 적은 태고의 순박함 (도덕경 제80장)

노자(老子)의 원문:

나라는 작고 백성은 적게 하여(小国寡民), 비록 열 배 백 배의 쓸모가 있는 문명의 기계와 무기가 있을지라도 백성들로 하여금 쓸 일이 없게 만들고, 백성들이 죽음을 무겁게 여겨 멀리 타향으로 이사 다니지 않게 하라. 비록 큰 배와 수레가 있을지라도 백성이 탈 일이 없게 하고, 비록 억센 갑옷과 날카로운 병기가 있을지라도 백성이 군사 행렬을 지어 늘어세울 일이 없게 하라. 백성들로 하여금 다시 옛날처럼 새끼줄에 매듭을 묶어 기록하던 태고의 순박함(結繩)으로 돌아가게 하여, 제 손으로 농사지은 밥을 지극히 달게 먹고(甘其食), 제 손으로 짠 옷을 지극히 아름답게 입으며(美其服), 제 고을의 소박한 풍속을 지극히 즐거워하고(樂其俗), 제 초가집 보금자리를 지극히 편안히 여기게 하라(安其居). 이웃 나라가 바로 눈앞에 빤히 바라보이고 닭 우는 소리와 개 짖는 소리가 아침저녁으로 서로 들려올지라도, 백성들이 늙어 죽을 때까지 서로 오고 가며 번잡하게 다투는 일이 없게 하라.

엄군평(嚴君平)의 지귀(指歸) 주해:

참된 도덕이 소멸하고 본래의 순박함이 깨어지면, 온갖 기이한 안일한 기계와 간교한 지혜가 싹트며 온 세상에 지혜를 자랑하는 꾀가 널리 판을 치게 됩니다.

예절과 법도가 삼엄하게 일어나고 신분과 영토의 경계가 자로 대듯 명백해지니, 온 우주 만물에 법망이 쳐지고 백 가지 일에 규율과 벼리가 서게 됩니다. 그리하여 영토에 경계선을 긋고 마을을 쪼개며 주현을 세워, 나라에는 억지 충신이 나고 집안에는 억지 효자가 억지로 돋아납니다.

강하고 큰 제후들은 약하고 작은 고을을 무력으로 짓밟아 빼앗고, 명산대천에 거창하게 제사를 지내며 태산에 올라 제왕이라 선포하느라 백성의 땀과 피를 쏟아내니, 법정에 죄수들이 쇠사슬에 묶여 가득 차고 칼 찬 형리가 길거리를 가로막으며, 신하가 제 임금을 칼로 찔러 죽이고 자식이 제 부모를 때려죽이는 하극상의 참상이 꼬리를 물고 일어나 나라가 망하고 집안이 부서지는 비극이 끝없이 일어납니다.

백성들이 제 목숨을 실개천의 지푸라기처럼 가벼이 여기고 날카로운 칼날을 향해 미친 듯이 돌진하며 쏟아지는 화살비를 맞으며 스스로 사지로 기어 들어가는 까닭은, 오직 헛된 이름의 화려한 영화를 탐하고 제 삶을 남보다 더 호사스럽고 두텁게 살려고만 발버둥 치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대자연의 위대한 도리는 늘 세상의 속된 바람과는 정반대로 흐르는 법입니다. 스스로 살고자 버둥거리는 자는 죽음의 늪에 빠지고 스스로의 몸뚱이를 잊어 무위를 지키는 자만이 참된 장생을 얻습니다.

나라는 작고 백성은 적게 하여 백성들의 귀와 눈을 어지럽히는 헛된 문명을 털어버리고, 대파 뿌리와 칡 전분으로 주린 배를 채우며 닭과 개의 소리를 들으면서도 저마다 제 땅에서 평화롭게 늙어 죽어가게 하는 소국과민의 정치를 베풀어야만, 비로소 만민이 요절하지 않고 천지와 벗하며 영원무궁토록 평화와 안식을 누리게 될 것입니다.”


📖 주요 한자 · 고사성어 풀이

  • 无以生为 (무이생위) — ‘삶을 억지로 꾸며 대지 않는다’는 뜻으로, 호화롭고 기름진 음식을 탐하며 제 삶을 과도하게 두텁고 사치스럽게 살려고 발버둥 치지 않는 도가의 안빈낙도(安貧樂道) 정신입니다. 진정한 장생의 비결입니다.
  • 神明 (신명) — 천지 음양의 배후에서 만물을 창조하고 살아 숨 쉬게 만드는 보이지 않는 거룩한 우주의 신령한 영혼이자 근원적 에너지입니다. 인간의 몸에 신명이 머물면 젊어 장수하고, 신명이 떠나면 굳어 죽습니다.
  • 太和 (태화) — 우주 천지 사이에 가득 차 흘러넘치는 음양의 기운이 한 치의 어긋남이나 꼬임 없이 지극히 평온하고 완벽하게 소통하는 우주적 대조화이자 최상의 평화 상태를 일컫는 말입니다.
  • 受国之垢 (수국지구) — ‘나라의 모든 오명과 더러움, 치욕을 묵묵히 제 몸으로 다 받아들여 감내한다’는 뜻입니다. 백성을 지극히 사랑하는 참된 목민관이자 성인군왕이 제 영광을 구하지 않고 나라의 죄를 짊어지는 최고의 자비정신입니다.
  • 结绳 (결승) — 문자가 발명되기 전, 인류가 새끼줄에 매듭을 묶어서 중대사를 기록하던 태고의 지극히 순박하고 정직하던 시대를 상징합니다. 간교한 문자 지식과 기계 문명에 오염되지 않은 무위자연의 이상향을 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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