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자지귀 6권 권육-용병편·언심이지편·지부지편·민불외외편·용감편도가철학해설(卷六)

📚 노자지귀(老子指归) · 제6편

권육-용병편·언심이지편·지부지편·민불외외편·용감편도가철학해설(卷六)



📖 1. 용병편(用兵篇) — 군사 부림과 덕(德)의 근본 (도덕경 제69장)

노자(老子)의 원문:

군사(군대)를 부림에 이러한 말이 있으니, ‘나는 감히 주동(주인)이 되지 않고 손님(객)의 처지에 서며, 감히 한 치를 나아가기보다 차라리 한 자를 물러서겠다’고 한다. 이를 일컬어 행진하되 행렬이 없고, 소매를 걷어붙이되 팔뚝이 없으며, 무기를 잡되 무기가 없고, 적을 대적하되 대적할 적이 없다고 한다. 적을 가벼이 여기는 것보다 더 큰 재앙은 없으니, 적을 가벼이 여기면 나의 보배(자비심)를 거의 잃어버리게 된다.

엄군평(嚴君平)의 지귀(指歸) 주해:

도는 소유하지 않는 것이 없으며, 행하지 않는 바가 없으니, 부드러움과 화합을 몸체로 삼고 약함을 순종함으로써 큰 위엄을 머금어 드러냅니다. 도는 만물을 낳고 기르되 아무도 거역할 수 없으며, 형상과 이름이 없으나 만물의 위대한 스승(萬物師)이 됩니다. 도를 얻은 자는 편안하고, 도를 잃은 자는 위태로우니, 천지가 도를 몸체로 삼아 영원히 쇠하지 않는 것입니다.

이에 대해 장자(莊子)는 이르기를, “음기만 있고 양기가 없으면 만물이 생겨나지 못하고, 양기만 있고 음기가 없으면 만물이 완성되지 못한다”고 하였습니다. 이로써 보건대, 위엄(威)만 있고 덕(德)이 없으면 백성을 다스릴 수 없고, 덕만 있고 위엄(무력의 대비)이 없으면 나라의 종묘가 반드시 무너집니다. 덕도 없고 위엄도 없는 것을 일컬어 ‘재앙을 끌어당김(引殃)’이라 하니, 때와 운명의 변화를 만나면 마침내 몸이 죽고 나라가 망하게 됩니다. 그러므로 임금은 나라의 복심(腹心, 심장)이요, 군사(兵)는 나라의 위엄과 신령함(威神)입니다.

천지 사이에 수많은 나라가 나란히 일어나 크고 작고 어리석고 지혜로운 자들이 저마다 군왕이 되고자 합니다. 지혜가 다하고 힘이 다해야 비로소 굴복하는 것이지, 힘이 남아서 기쁘게 남의 신하가 되고자 무릎을 꿇는 자는 아무도 없습니다. 그러므로 현명한 왕과 거룩한 성주는 도를 본받고 하늘을 거울삼아, 맑고 고요함(淸靜)을 으뜸으로 삼고, 화합하여 순종함(和順)을 떳떳한 도리로 여깁니다.


📖 2. 언심이지편(言甚易知篇) — 참된 가르침의 단순함과 세상의 무지 (도덕경 제70장)

노자(老子)의 원문:

나의 말은 지극히 알기 쉽고 지극히 행하기 쉬우나, 천하 백성들은 능히 알지 못하고 능히 행하지 못한다. 나의 말에는 근본(宗)이 있고 나의 일에는 우두머리(君)가 있건만, 오직 사람들이 무지하여 나를 알아주지 않는다. 나를 아는 자가 드무니 나를 따르는 자는 지극히 귀하다. 이 때문에 성인은 거친 옷을 입었으나 품속에는 아름다운 옥(玉)을 품고 살아간다.

엄군평(嚴君平)의 지귀(指歸) 주해:

형체도 없고 소리도 없으면서 만물로 하여금 제 스스로 그러하게(自然) 만드는 힘은 오직 도(道)와 신(神)뿐입니다. 형체가 있고 소리가 있으면서 스스로 그러한 것은 땅과 하늘입니다. 신령한 도는 넓고 넓게 만물을 변화시키고, 천지는 묵묵히 그 가르침을 만물에 알립니다. 넓고 넓어 변화시키지 않는 바가 없고, 묵묵하여 알리지 않는 바가 없으니, 신령한 기운이 서로 전해져 감응하고 보답합니다.

말을 하는 언어는 자연의 도구(自然之具)일 뿐이요, 작위적으로 일을 꾀하는 것(爲爲)은 참됨을 잃어버리는 쇠망의 길(喪眞之數)입니다. 작위가 없고 말도 없는 무위무언(無爲無言)이야말로 성공을 이루고 장생불사하는 영원한 근본 요체입니다.

그러므로 성인은 말하지 않는 말(不言之言)을 말하고, 행하지 않는 행위(不爲之爲)를 행하여, 말로써 말을 끊고 행위로써 작위를 멈춥니다. 말을 끊는 도는 마음속 생각과 뜻을 털어버리는 것이요, 작위를 멈추는 비결은 인간의 사사로운 욕망과 꾀를 제거하는 것입니다.

어리석은 듯 진실하며, 꾀도 없고 욕망도 없으면 맑고 고요해지고, 고요해지면 비어지며(虛), 비어지면 참되게 꽉 차고(實), 꽉 차면 신령해집니다. 움직임은 본래의 순박함(太素)으로 돌아가고 정적은 대자연으로 돌아가니, 제 몸을 보존하고 나라를 지켜 부귀를 누려도 재앙이 없으며, 온 생령이 제 뜻을 얻어 영원히 살게 됩니다. 이것이 바로 나의 말이 지극히 알기 쉽고 행하기 쉬운 이치이건만, 천하 백성들은 도무지 이를 알지도 못하고 행하지도 못합니다.


📖 3. 지부지편(知不知篇) — 아는 자의 고요함과 모르는 자의 병증 (도덕경 제71장)

노자(老子)의 원문:

자신의 무지를 아는 것(知不知)이 으뜸(上)이요, 알지 못하면서 안다고 거드름을 피우는 것(不知知)은 지독한 병(病)이다. 오직 병을 병으로 뼈아프게 앓아 뉘우치기에(病病) 병에 걸리지 않는다. 성인은 병을 앓지 않으니, 병을 병으로 깊이 경계하여 앓기 때문에 병에 걸리지 않는 것이다.

엄군평(嚴君平)의 지귀(指歸) 주해:

도덕의 숭고한 교화는 대자연(自然) 바로 그것입니다. 대자연의 증험은 형체에 따르는 그림자와 소리에 따르는 울림(影響)과 같습니다. 모든 일에는 형상과 소리가 있고, 취하고 버림에는 그에 따르는 그림자와 메아리가 따르니, 비단 만물만 그러한 것이 아닙니다.

형체가 움직이면 형체가 생기는 것이 아니라 그림자가 태어나고, 소리가 요동치면 소리가 생기는 것이 아니라 메아리가 생겨나며, 비어 있음(無)은 비어 있음을 낳지 않고 꽉 찬 것(有)을 만들어 냅니다. 그러므로 도를 아는 성인은 무위(無爲)로써 세상을 다스리건만, 알음알이를 뽐내는 지혜로운 자들은 온갖 번잡한 일(多事)을 꾸며 백성을 요란하게 어지럽힙니다. 갓난아이는 지혜가 없기에 참된 정기를 더해 장수하고, 늙은이는 꾀가 많기에 일을 그르쳐 수명을 단축시킵니다.

이로써 보건대, 어리석음은 지혜와 기교의 형체요, 기교는 어리석음 뒤에 생겨나는 그림자일 뿐입니다. 무위는 일이 저절로 이루어지는 자연의 소리요, 작위를 부려 억지로 일을 이루고자 하는 것은 실패로 이끄는 그물입니다.

그러므로 만물은 억지로 화합하려 해서는 안 되고 천지는 억지로 뜯어고쳐 조율하려 해서는 안 되니, 억지로 화합하려 하면 참된 화합을 잃고 억지로 조율하려 하면 참된 편안함을 잃습니다. 화합을 꾀하지 않아야 비로소 참되게 화합할 수 있고, 조율을 억지로 부리지 않아야 비로소 참되게 평안해질 수 있습니다.


📖 4. 민불외외편(民不畏威篇) — 경외심을 잃은 백성과 대재앙 (도덕경 제72장)

노자(老子)의 원문:

백성들이 목민관의 위엄을 두려워하지 않으면(民不畏威), 마침내 하늘의 거대한 대재앙과 위엄(大威)이 닥쳐온다. 백성이 살아가는 터전을 좁혀 옥죄지 말고(無挾其所居), 백성이 생을 영위하는 삶을 억누르지 말라(無厭其所生). 오직 임금이 백성의 삶을 억누르지 않기에 백성 또한 임금을 싫어하여 버리지 않는다. 이 때문에 성인은 스스로를 밝게 알되 겉으로 뽐내어 드러내지 않고(自知不自見), 스스로를 지극히 사랑하되 스스로를 귀하게 높여 거드름 피우지 않으니(自愛不自貴), 저 뽐냄을 버리고 이 고요함을 취한다.

엄군평(嚴君平)의 지귀(指歸) 주해:

도덕의 거룩한 뜻과 신령한 소임, 크나큰 조화(太和)의 마음과 천지의 참뜻은, 만물에게 생명을 보존하여 살려두는 것보다 더 큰 축복이 없고 나라와 몸을 잃어버리는 것보다 더 큰 재앙이 없다는 사실에 있습니다. 이는 비단 하늘의 도리일 뿐만 아니라 인간사 온 백성 또한 한결같습니다.

그러므로 제 한 몸을 온전히 보존하는 장생의 도리에는 제 정신을 기르는 것(養神)보다 급한 것이 없고, 정신을 기르는 요체에는 자연의 순박함(素然)을 지키는 것보다 큰 것이 없습니다.

늘 마음속에 두려움과 경외하는 마음(憂畏)을 품고 사시나무 떨듯 조심하고 조심해야 합니다. 제 정신을 잃어버리는 쇠망의 도는 오직 제멋대로 방탕하게 쏟아내고 날뛰는 방종(縱恣)에 뿌리를 두고 있으며, 정신을 훼손하여 소멸시키는 비결은 저 혼자 잘났다고 거드름 피우며 독단하는 것(自專)에 있습니다.


📖 5. 용감편(勇敢篇) — 과감함의 죽음과 유약함의 생명 (도덕경 제73장)

노자(老子)의 원문:

감히 함부로 과감하게 행동하는 용맹함(勇于敢)은 죽임을 당하고, 감히 함부로 나서지 않고 사양하는 용맹함(勇于不敢)은 생명을 살려 보존한다. 늘 이 두 가지를 알아두어야 하니, 하나는 이롭고 하나는 해롭다. 하늘이 미워하는 바를 그 누가 그 까닭을 환히 알 수 있겠는가? 하늘의 도는 다투지 않고도 지극히 잘 이기고(不爭而善勝), 말하지 않고도 지극히 잘 응답하며(不言而善應), 부르지 않아도 스스로 찾아오고(不召而自來), 지극히 평온하면서도 도리를 그물 치듯 환히 꾀한다(坦然而善謀). 하늘의 그물은 지극히 드넓어 코가 몹시 넓고 엉성해 보이지만, 단 하나도 결코 흘려보내거나 잃어버리지 않는다(疎而不失).

엄군평(嚴君平)의 지귀(指歸) 주해:

천지의 위대한 도리와 살리고 죽이는 이치(生殺之理)는, 어떠한 사사로운 취사선택도 없으며 빼앗거나 베푸는 법도 없이 오직 제 스스로 그러한 대자연(自然)일 뿐입니다.

먹줄을 퉁겨 길을 가듯 정직하고(正直若繩), 흐르는 물처럼 공평하고 쉬우며, 사물에 따라 응답하여 함께 일어납니다. 보태고 깎으며 취하고 버리는 것은 만물이 스스로 택하여 얻는 결과일 뿐입니다.

삶은 죽음의 시작이요, 죽음은 삶의 으뜸이니, 이 두 가지 생과 사의 형상이 교대로 맞물려 길흉화복이 밝게 드러납니다. 그러므로 태어남만 알고 죽음의 법도를 모르는 자는 하늘의 벼리를 어기는 것이요, 죽임만 알고 태어남의 귀함을 모르는 자는 땅의 요체를 배반하는 것입니다.

임금이 백성을 대할 때, 마땅히 죽여야 할 흉악한 자를 죽이지 않는 것은 하늘의 해를 입어 나라를 도적에게 내어주는 격이요, 마땅히 살려 베풀어야 할 선량한 백성을 살려 기르지 않는 것 또한 임금이 제 도리를 잃어 목숨을 버리는 격입니다.

그러므로 참된 군자는 남을 다스려 죽일 때 마치 제 몸을 칼로 찌르듯 뼈아프게 아파하고, 남의 생명을 살릴 때 마치 저를 죽음에서 구해내 살리듯 지극히 기뻐하니, 오직 인자함과 덕을 지키고 부득이한 연후에야 비로소 형벌을 내립니다. 백성을 살리고 나라를 편안히 지키는 기틀은 오직 이 생(生)과 사(殺)를 알맞게 조절하는 한가운데 도리에 도사리고 있습니다.


📖 주요 한자 · 고사성어 풀이

  • 用兵有言 (용병유언) — ‘군사를 부림에 옛 전설에 전해오는 말이 있다’는 뜻으로, 고대 도가 사상에서 무력과 전쟁을 대할 때 스스로 주동이 되어 먼저 공격하지 않고 오직 방어적이고 부득이한 상황에서만 응전하는 도덕적 군사 철학의 대원칙입니다.
  • 無爲無言 (무위무언) — 사사로운 인간의 욕망과 기교가 섞인 억지 작위가 없고, 쓸데없는 화려한 말치장이 없는 도가의 순박하고 고요한 대자연의 경지를 뜻합니다. 만물을 낳고 기르는 도의 참된 본질입니다.
  • 病病 (병병) — ‘모르는 것을 아는 척하는 지독한 알음알이의 병을 진짜 병(病)으로 여겨 뼈아프게 앓아 뉘우치다’라는 뜻입니다. 인간의 사사로운 지혜의 한계를 깊이 깨달아 경계하므로 오류와 재앙에 빠지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 自知不自見 (자지부자현) — 현명한 성인은 제 스스로의 무지와 정기를 밝게 알아 조용히 닦을 뿐, 결코 남들 앞에 잘났다고 뽐내어 얼굴을 드러내고 어리석음을 자랑하지 않는다는 도덕적 겸양의 실천 요체입니다.
  • 生殺之理 (생살지리) — 대자연이 사계절의 질서에 따라 봄여름에 생명을 낳고 기르며(生) 가을겨울에 서리를 내려 낙엽지게 죽이는(殺) 엄격한 생명 순환의 법도입니다. 목민관이 나라를 다스릴 때 인자한 혜택을 베풂과 동시에 사악한 도적을 형벌로 다스려야 하는 통치의 대원칙을 비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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