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계장집(馬季長集) 4권 서(书) – 편지글

서(书) – 편지글

양기(梁冀)를 위해 태위 이고(李固)를 무고하여 주청한 글

〈질제(质帝)가 처음 즉위했을 때, 양태후가 재상에게 위임하였는데 이고가 바르게 고친 것이 많았다. 양기가 매번 그를 시기하고 질투하여 마침내 이고를 무고하여 상주하였다. 이때 융이 자리에 있다가 양기를 위해 상주문을 초안하였다. 양기의 장사 오우(吴佑)가 면전에서 융을 꾸짖어 말하기를 “이공(李公)의 죄는 경의 손에서 이루어졌다”고 하였다. 양기가 노하여 일어나 들어가고 오우 역시 마침내 떠났다. 글이 상주되었으나 태후는 듣지 않았다.〉

신이 듣건대 임금이 옛것을 상고하지 않으면 이로써 하늘을 받들 수 없고, 신하가 옛일을 서술하지 않으면 이로써 임금을 받들 수 없다고 하였습니다. 옛날 요임금이 돌아가신 뒤 순임금이 3년 동안 우러러 사모하며 앉으면 담장에서 요임금을 보고 밥을 먹으면 국 속에서 요임금을 보았습니다. 이것이 이른바 ‘효를 미루어 이어 신하와 자식의 도리를 잃지 않는 것’입니다.

태위 이고는 공을 핑계로 사리사욕을 채우고 바름에 의지하여 사악함을 행하며 가까운 친척을 이간질하고 스스로 지당(支党)을 높였습니다. 표창하고 천거한 자에 이르러서는 모두 문도(门徒)들이었고 그가 벽소(辟召)한 자들 역시 옛 친구들이 아닌 이가 없었습니다. 혹은 부유한 집안에서 재물을 뇌물로 바치거나 자식, 사위 등 혼인으로 맺어진 속속들이니, 그 관직 명부에 오른 자가 무릇 49명이나 됩니다. 또한 상인 무리들을 널리 뽑아 영사(令史) 자리를 채우고 좋은 말을 널리 구해 창가에 임하여 시험해 보았습니다.

출입할 때는 한없이 사치스러워 짐수레와 포장마차가 해를 가릴 정도였습니다. 대행(大行) 황제의 빈소에 가는 길에 길가는 사람조차 눈물을 훔치는데 이고 홀로 호분(오랑캐 분)으로 얼굴을 꾸미고 머리를 긁으며 자태를 뽐냈고 이리저리 빙빙 돌며 여유롭게 걷고 요염하게 걸음을 내디뎠으니, 일찍이 참담하고 슬퍼하는 마음이 없었습니다.

산릉(山陵)이 완성되지도 않았는데 옛 정사를 어기고 고치며 잘된 것은 자기의 공으로 칭송하고 허물은 임금에게 돌렸습니다. 측근의 신하들을 배척하여 내쫓아 모시고 보내지 못하게 하며 위세를 부리고 복을 마음대로 하니 이고보다 심한 이가 없습니다.

신이 듣건대 대보(台辅)의 자리는 실로 음양을 조화롭게 하는 것이니, 선기(천문 기구)가 평탄하지 않고 도적과 간악한 무리가 일어나면 그 책임은 태위에게 있습니다. 이고가 임무를 맡은 뒤 동남에서 발호하여 양 주와 여러 군 천 리가 쓸쓸해지고 만백성이 다치고 손상되었으며 대화(大化)가 쇠퇴하였음에도, 오히려 선주(先主)를 비방하고 구차하게 광란하고 편벽된 말을 함부로 지껄였습니다. 살아서는 조정에서 다투는 충성이 없고 죽어서는 비방하는 말이 없습니다. 무릇 자식의 죄는 아비를 누를 끼치는 것보다 큰 것이 없고 신하의 악은 임금을 헐뜯는 것보다 깊은 것이 없습니다. 이고의 허물과 틈은 이치에 맞게 죽여 벌함에 합당합니다.

사백세(谢伯世)에게 주는 글

마음이 어지럽고 수심에 잠겨 아직도 풀리지 않습니다. 근심은 대나무 숲 사이에 있고 개를 풀어 큰 사슴을 쫓습니다. 늦가을에서 겨울로 접어드니 큰 매(창매)가 새장에서 나옵니다. 누런 가시나무 아래 토끼가 있고, 마른 해바라기 잎으로 국을 끓입니다. 이로써 남은 날을 보내니 이 즐거움뿐입니다. 〈《예문유취》. ‘궤궤(愦愦, 마음이 어지러움)’는 《척독》에 ‘분분(愤愤)’으로 되어 있으니 오류이다. ‘이송(以送)’은 ‘자송(自送)’으로 된 판본도 있다.〉

두백향(窦伯向)에게 주는 글

〈두장(窦章)의 자는 백향이다. 학문을 좋아하고 문장에 능하여 마융, 최원(崔瑗)과 함께 뜻이 맞아 번갈아 서로 추천하였다. 융이 장에게 글을 보냈다.〉

맹릉(孟陵)의 노비가 와서 주신 편지를 뵈오니, 친필을 보고 기뻐함이 어찌 얼굴을 마주한 것에 비할 바겠습니까! 글은 비록 두 장이나 한 장에 8줄, 1줄에 7자이니 7×8=56자에 총 112마디 말씀일 뿐입니다. 〈《마융집》. 《후한지주(后汉志注)》에 마융의 대책(对策)을 일컬어 이르기를, “크게 적중하는 도는 하늘에서는 북진(북극성)이요 땅에서는 인군(人君)이다”라고 하였다.〉

서(序) 및 저술

충경서(忠经序) – 충경의 서문

《충경》은 대개 《효경》에서 나온 것이다. 중니(공자)께서 《효경》을 말씀하시며 임금을 섬기는 의리를 도탑게 하셨으니 곧 효라는 것은 충을 기다려 이루어짐을 알 수 있다. 이것이 임금과 어버이의 은혜에 보답하고 신하와 자식의 행실을 밝히는 까닭이다. 충은 나라에서 폐할 수 없고 효는 집안에서 늦출 수 없다. 효에는 이미 경(经)이 있으나 충은 아직 빠져 있으므로 중니의 뜻을 서술하여 《충경》을 편찬한다.

지금 황상께서는 포희(복희)와 헌원(황제)의 도를 머금으시고 요(훈)와 순(화)의 덕을 무성하게 하시어, 어진 이를 돕고 능한 이를 쓰시니 멀리서 받들지 않는 이가 없다. 충과 효는 천하가 한가지이다. 신 융은 바위와 들판의 신하로서 성품이 본래 어리석고 순박하나 덕택에 목욕하였으니 어찌 침묵할 수 있겠는가? 이 경(经)을 지어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기를 바라니 참으로 그 말과 이치가 얕고 비루하여 족히 칭송하기에는 부족하다.

충이 존재하는 바는 선을 권장하는 데 있고 선을 권장하는 큰 것으로 어찌 충효보다 더할 것이 있겠는가? 무릇 높고 낮음을 정하여 조목을 밝히고 《시경》과 《서경》을 인용하여 의리를 밝혔다. 모두 옛것을 본받았으니 어찌 감히 한갓되이 하였겠는가? 혹 같거나 다른 것이 있다면 충효의 마땅함에 따른 것이다. 혹은 대구하여 그 뜻을 본뜨고 혹은 옮기어 그 유(类)에 나아가게 하였으며, 혹은 덜어내어 그 글을 간략히 하고 혹은 더하여 그 일을 구비하였다.

충으로써 효에 응하니 이 역시 나누어 18장으로 하였다. 이로써 그 지극한 공(公)을 넓히고 그 성실과 믿음을 권면하였다. 본래 정사의 대체(大体)가 되고 임금을 섬기는 요도(要道)를 진술하였으니, 덕을 세우는 데서 시작하여 공을 이루는 데서 마쳤다. 이것이 《충경》의 뜻이다. 삼가 서문을 짓는다.

충경(忠经)

천지신명장(天地神明章) 제1

옛날 지극한 다스림이 있을 때 위아래가 한마음이 되어 이로써 하늘의 아름다움을 불렀으니 이것이 충의 길이다. 하늘이 덮어주는 바와 땅이 실어주는 바와 사람이 덮어주는 바에 충보다 큰 것이 없다. 충(忠)이란 중(中)이니 지극히 공평하고 사사로움이 없는 것이다. 하늘이 사사로움이 없으니 사계절이 운행하고 땅이 사사로움이 없으니 만물이 생장하며, 사람이 사사로움이 없으니 크게 형통하고 바르다(大亨贞).

충이란 그 마음을 하나로 하는 것을 이른다. 나라를 다스리는 근본이 어찌 충에 말미암지 않겠는가? 충은 능히 군신을 굳건히 하고 사직을 편안히 하며 천지에 감응하고 신명을 움직이는데 하물며 사람에게 있어서랴? 무릇 충은 몸에서 일어나 집안에 드러나고 나라에서 완성되니 그 행함은 하나이다. 이러므로 그 몸을 하나로 하는 것이 충의 시작이요, 그 집안을 하나로 하는 것이 충의 중간이요, 그 나라를 하나로 하는 것이 충의 끝이다. 몸이 하나 되면 백 가지 복록이 이르고 집안이 하나 되면 육친이 각각 자리하며 나라가 하나 되면 만인이 다스려진다. 《서경》에 이르기를, “오직 정밀하고 오직 한결같이 하여 진실로 그 중도를 잡아라” 하였다.

성군장(圣君章) 제2

오직 임금만이 성스러운 덕으로 만방을 굽어보신다. 아래로부터 위에 이르기까지 각각 존귀함이 있다. 그러므로 왕자는 위로는 하늘을 섬기고 아래로는 땅을 섬기며 중간으로는 종묘를 섬겨 이로써 사람에 임한다. 그러면 사람이 교화되어 천하가 충을 다하여 위를 받든다. 이로써 전전긍긍하며 경계하고 삼가서 날로 그 밝음을 더하며 어진 이에게 녹을 주고 능한 이를 관리로 삼아 큰 교화를 펴서 은택이 길고 오래가니 만백성이 모두 품는다. 그러므로 훌륭한 도가 크고 커서 사방에 행해지고 후대에 드날리며 이로써 사직을 보전하고 조상을 빛내니 성군(圣君)의 충을 다하는 것이다. 《시경》에 이르기를, “상제(上帝)를 밝게 섬기니 마침내 많은 복을 품는도다” 하였다.

총신장(冢臣章) 제3

신하가 되어 임금을 섬기는 것은 충의 근본이니 근본이 서야 교화가 이루어진다. 총신(冢臣, 재상)은 임금에게 있어 한 몸과 같으니, 아래로 행하여 위로 믿음을 얻으므로 능히 그 충을 이룰 수 있다. 무릇 충이란 어찌 오직 임금을 받들며 몸을 잊고 나라를 위해 순국하며 집안을 잊고 안색을 바르게 하며 곧은 말을 하고 환난에 임해 절개를 위해 죽는 것뿐이겠는가! 깊이 모의하고 남몰래 운용하며 자기 몸을 바르게 하고 사람을 편안히 하며 어진 이를 임용하여 다스림을 삼고 단정하게 예복을 입고도 스스로 교화됨에 있다. 그 임금을 존경함이 천지의 큼과 해와 달의 밝음, 음양의 조화와 사계절의 신의가 있게 하니 성덕이 넘쳐흘러 칭송하는 소리가 일어난다. 《서경》에 이르기를, “원수(임금)가 밝으시니 고굉(신하)이 훌륭하고 모든 일이 편안하도다” 하였다.

백공장(百工章) 제4

나라를 세움에 백관은 오직 재능이 있어야 하니, 자리를 지키고 일상만 삼가는 것은 충의 도가 아니다. 그러므로 군자가 위를 섬김에 들어가면 그 모책을 바치고 나가면 그 정사를 행하며, 거처할 때는 그 도를 생각하고 움직일 때는 법도가 있다. 직분을 잡아 돌이키지 않고 일을 말함에 거리낌이 없으며 진실로 사직에 이롭다면 그 몸을 돌보지 않는다. 상하가 쓰임을 이루므로 임금의 덕을 밝히니 대개 백관의 충이다. 《시경》에 이르기를, “너의 직위를 조용히 공경하며 일을 바르고 곧게 하라” 하였다.

수재장(守宰章) 제5

벼슬에 있음에는 오직 밝아야 하고 일에 임함에는 오직 공평해야 하며 몸을 세움에는 오직 청렴해야 한다. 청렴하면 욕심이 없고 공평하면 굽지 않으며 밝으면 능히 풍속을 바르게 할 수 있으니 세 가지가 갖추어진 연후에 사람을 다스릴 수 있다. 군자가 그 충과 능력을 다하여 그 정령을 행하고도 다스려지지 않는 것은 들어보지 못했다. 대저 사람이 편안하고자 하지 않는 자가 없으니 군자는 이를 순응하여 편안하게 해주고, 부유하고자 하지 않는 자가 없으니 군자는 이를 가르쳐 부유하게 해준다.

인의로써 돈독히 하여 그 마음을 굳게 하고 예악으로 이끌어 그 기운을 조화롭게 한다. 임금의 덕을 널리 펴서 그 대화(大化)를 넓히고 나라의 법을 밝혀 형벌이 없는 지경에 이르게 한다. 임금의 백성을 자식 보듯 하면 백성이 그를 사랑하기를 친부모 사랑하듯 하니, 대개 수재(지방관)의 충이다. 《시경》에 이르기를, “화락한 군자여, 백성의 부모로다” 하였다.

조인장(兆人章) 제6

천지가 태평하고 편안한 것은 임금의 덕이니, 임금의 덕이 밝게 빛나면 음양과 비바람이 조화로워 사람이 이에 기대어 살아간다. 이러므로 오로지 임금의 법도를 받들고 그 집안에서 효도하고 우애하며, 농사일에 부지런히 힘써 이로써 왕의 직분을 바치는 것이 조인(억조창생)의 충이다. 《서경》에 이르기를, “한 사람(임금)이 어질면 만방이 이로써 바르게 된다” 하였다.

정리장(政理章) 제7

무릇 덕으로 교화하는 것은 다스림의 최상이니 사람이 날로 선으로 옮겨가면서도 알지 못한다. 정사로 베푸는 것은 다스림의 중간이니 사람이 부득이하게 선을 행하게 된다. 형벌로 징계하는 것은 다스림의 하책이니 사람이 두려워하여 감히 비행을 저지르지 못한다. 형벌은 옥사를 살피고 줄이는 데 있고 정사는 간략하고 능함에 있으며 덕은 넓고 오래감에 있다. 덕은 다스림의 근본이니 정사에 맡기되 덕이 없으면 야박해지고, 형벌에 맡기되 덕이 없으면 잔인해진다. 그러므로 군자는 덕에 힘쓰고 정사를 닦으며 형벌을 삼가고, 그 충을 굳건히 하여 그 믿음을 밝히고 행함에 게으름이 없어야 하니 어찌 다스려지지 않는 백성이 있겠는가? 《시경》에 이르기를, “정사를 넓고 화락하게 펴니 백 가지 복이 모여드는도다” 하였다.

무비장(武备章) 제8

왕자가 무력을 세우는 것은 사방에 위엄을 보이고 만민을 편안하게 하기 위함이다. 순박한 덕이 두루 퍼지면 융적과 이적도 명을 받든다. 군대를 통솔하는 장수는 인으로 품어주고 의로써 격려하며, 예로 훈련시키고 신용으로 행하며 상으로 권면하고 형벌로 엄하게 하니, 이 여섯 가지를 행하는 것을 일러 유리함이 있다고 한다. 그러므로 훌륭한 장수를 얻으면 그 마음을 다하고 그 힘을 다하며 그 목숨을 바치니, 이 때문에 공격하면 이기고 지키면 굳건해지는 것이 무비(무력 방비)의 길이다. 《시경》에 이르기를, “굳세고 씩씩한 무부여, 공후의 성과 해자(방패)로다” 하였다.

관풍장(观风章) 제9

오직 신하는 천자의 명으로 사방에 나가 풍속을 살핀다. 듣는 것은 밝지(총명하지) 않을 수 없고 보는 것은 밝지 않을 수 없다. 밝게 들으면(총) 일에 자세하고 밝게 보면(명) 이치를 분별하며 이치를 분별하면 충실하고 일을 자세히 살피면 분수를 안다. 군자는 그 사사로움을 버리고 그 안색을 바르게 하며, 이치를 해쳐 만물을 상하게 하지 않고 권세를 두려워하여 임용을 천거하는 데 꺼리지 않는다. 오직 선함만 함께하고 오직 악함만 제거한다. 이로써 벼슬을 올리면 성취가 있고 이로써 극복하면 원망이 없으니, 무릇 이와 같이 하면 천하가 직분을 공경하고 만방이 편안해진다. 《시경》에 이르기를, “말을 달려 내달리니, 두루 물어보며 널리 묻는도다” 하였다.

보효행장(保孝行章) 제10

무릇 오직 효라는 것은 반드시 충을 근본으로 삼아야 귀한 것이다. 충이 진실로 행해지지 않으면 따르는 바가 오히려 그 도가 아니다. 이 때문에 충이 미치지 못하여 그 지킴을 잃으면 오직 제 몸을 위태롭게 할 뿐만 아니라 욕됨이 어버이에게까지 미친다. 그러므로 군자가 그 효를 행함에 반드시 먼저 충으로써 하며, 그 충을 다하면 복록이 이른다. 그러므로 능히 사랑하고 공경하는 마음을 다하면 그 어버이를 봉양하고 베풂이 남에게까지 미치니, 이것을 일러 효의 행실을 보전한다고 한다. 《시경》에 이르기를, “효자가 효심을 다하지 않으니, 영원히 네 무리에게 주어지리라” 하였다.

광위국장(广为国章) 제11

명군이 나라를 다스림에 바른 이를 임용하고 사악한 이를 내친다. 사악하면 충성스럽지 못하고 충성스러우면 반드시 바르니, 바름이 있은 연후에 그 능력을 쓴다. 이 때문에 사보(스승)는 도덕을 갖추고 고굉은 현량(贤良)하다. 안으로는 문으로 화목하게 하고 밖으로는 무로 위엄을 보이며 예악을 입고 정형을 제방(提防)으로 삼는다. 그러므로 대화(大化)가 널리 행해지고 만이(蛮夷)가 따르며 복종하고 신하들이 화열하고 방국이 평강해진다. 이는 임금이 신하를 잘 임용하고 아래로 충성하고 위로 믿어 이룬 바이다. 《시경》에 이르기를, “훌륭하고 많은 선비여, 문왕께서 이로써 편안하시도다” 하였다.

광지리장(广至理章) 제12

옛날 성인은 천하의 귀와 눈으로 자신의 밝은 시청을 삼았고 천하의 마음을 자신의 마음으로 삼아 옥로(端旒)를 내리고 스스로 교화하며, 완성됨에 거처하되 소유하지 않았으니 이는 가히 지극한 다스림이라 할 수 있다. 왕자가 지극한 다스림을 생각함에 그 어찌 멀겠는가?

무위(无为)하면 천하가 스스로 맑아지고 의심하지 않으면 천하가 스스로 믿으며 사사롭지 않으면 천하가 스스로 공평해진다. 진귀한 것을 천하게 여기면 사람이 탐욕을 버리고, 사치를 거두면 사람이 검소함을 따르며 실질을 쓰면 사람이 거짓되지 않고 사양함을 숭상하면 사람이 다투지 않는다. 그러므로 인심이 화평해지고 천하가 순박해지며 그 삶을 즐기고 그 수명을 보전하여 성덕에 유유자적하니 이로써 자연의 지극함을 삼는다. 《시경》에 이르기를, “알지도 못하고 깨닫지도 못하면서, 상제의 법칙을 따르는도다” 하였다.

양성장(扬圣章) 제13

임금의 덕이 성스럽고 밝으면 충신이 이로써 영화롭고 임금의 덕이 부족하면 충신이 이로써 욕되다. 부족하면 보충하고 성스럽고 밝으면 드날리는 것이 옛 도이다. 이 때문에 우(虞)나라에 덕이 있으매 고요가 노래하였고 문왕의 도를 주공이 기렸으며 선왕이 중흥하매 길보가 노래하였다. 그러므로 군자가 성명한 시대에 신하가 되면 반드시 이를 드날려 성덕이 천하에 흘러넘쳐 후대에 전해지게 하니 그 충성스러움이로다!

변충장(辨忠章) 제14

크도다! 충의 쓰임이여. 가까이 베풀면 가국(家邦)을 보존할 수 있고 멀리 베풀면 천지에 지극할 수 있다. 그러므로 명왕이 나라를 다스림에 반드시 먼저 충을 분별한다. 군자의 말은 충성스럽되 아첨하지 않고, 소인의 말은 아첨하면서도 충성스러운 것 같으니 이를 비판적으로 듣지 않는 자는 미혹되지 않음이 드물다.

충성스러우면서도 능히 어질면 나라의 덕이 드러나고, 충성스러우면서도 능히 지혜로우면 나라의 정사가 들어 올려지며, 충성스러우면서 능히 용맹하면 나라의 재난이 맑아지니, 비록 그 재능이 있더라도 반드시 충이 있어야 완성된다고 말한다. 어질지만 충성스럽지 않으면 그 은혜를 사사로이 하고, 지혜로우나 충성스럽지 않으면 그 거짓을 꾸미며, 용맹하나 충성스럽지 않으면 그 어지러움을 쉽게 하니, 이는 비록 그 재능이 있더라도 불충으로써 패망하는 것이다. 이 세 가지는 분별하지 않을 수 없으니, 《서경》에 이르기를 “선함과 악함을 분별하여 표창한다” 하였으니 이를 두고 한 말이 아니겠는가?

충간장(忠谏章) 제15

충신이 임금을 섬김에 간언하는 것보다 우선하는 것이 없으니 아래에서 능히 이를 말하고 위에서 능히 이를 들으면 왕도가 빛날 것이다. 드러나지 않았을 때 간언하는 것은 상(上)이요, 이미 드러났을 때 간언하는 것은 차(次)이며, 이미 행해진 뒤에 간언하는 것은 하(下)이다. 어긋났는데도 간언하지 않으면 충신이 아니다. 무릇 간언은 순종하는 말에서 시작하여 뜻을 다투는 데서 중간을 맺고 절개를 위해 죽는 데서 끝맺음으로써 임금의 아름다움을 이루고 사직을 편안하게 한다. 《서경》에 이르기를, “나무는 먹줄을 따르면 바르게 되고 임금은 간언을 따르면 성스러워진다” 하였다.

증응장(证应章) 제16

오직 하늘이 사람을 감찰하시니 선악에는 반드시 응보가 따른다. 선은 충을 행하는 것보다 큰 것이 없고 악은 불충보다 큰 것이 없다. 충성하면 복록이 이르고 불충하면 형벌이 가해진다. 군자는 도를 지키므로 그 아름다움을 길게 지키고 소인은 떳떳하지 못하므로 그 허물에 스스로 빠진다. 아름다움과 허물의 징험이 또한 명백하지 아니한가? 《서경》에 이르기를, “선을 행하는 자에게는 백 가지 상서로움을 내리시고, 불선(不善)을 행하는 자에게는 백 가지 재앙을 내리신다” 하였다.

보국장(报国章) 제17

신하 된 자가 임금에게 벼슬하여 조상과 후손을 빛내고 경사를 누리는 것은 모두 임금의 덕이니 나라에 보답할 것을 생각하지 않는다면 어찌 충이라 하겠는가? 군자는 녹이 없더라도 임금에게 유익함을 주고 녹이 없어도 그만둘 뿐이다.

나라에 보답하는 도에는 네 가지가 있으니 첫째는 어진 이를 바치는 것이요, 둘째는 꾀(계책)를 바치는 것이요, 셋째는 공을 세우는 것이요, 넷째는 이로움을 일으키는 것이다. 어진 자는 나라의 줄기요 꾀는 나라의 규범이며 공은 나라의 장수요 이로움은 이 네 가지의 쓰임이니 이 모두가 나라에 보답하는 도이다. 오직 그 능한 자만이 이를 행한다. 《시경》에 이르기를, “말함에 갚지 않음이 없고 덕에 보답하지 않음이 없다” 하였는데 하물며 충신이 나라에 대하여서랴?

진충장(尽忠章) 제18

천하가 충성을 다하면 순박한 교화가 행해진다. 군자가 충성을 다함은 그 마음을 다하는 것이고 소인이 충성을 다함은 그 힘을 다하는 것이다. 힘을 다하는 자는 그 몸에서 그치지만 마음을 다하는 자는 먼 곳까지 넓힌다. 그러므로 명왕의 다스림은 어진 이를 임용하는 데 힘쓰니 어진 신하가 충성을 다하면 임금의 덕이 넓어진다. 정사와 교화가 이로써 아름다워지고 예악이 이로써 일어나며 형벌이 이로써 맑아지고 인혜(仁惠)가 이로써 펴진다. 사해 안에 태평의 소리가 있고 아름다운 상서로움이 이미 이루어져 상하에 고하니 이런 까닭에 《아(雅)》와 《송(颂)》에 퍼뜨려 후세에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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