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민요출 잡설(雜說)
📚 제민요출(齐民要术) · 제0편
잡설(雜說)
무릇 가계를 정직하게 꾸려 삶을 다스리는 도리(治生之道)란, 조정에 나아가 벼슬길에 오르지 않을 바에는 오직 부지런히 농사짓는 일(農)뿐입니다. 만약 밭 갈고 씨 뿌리는 농사의 실천적 이치에 어두우면(昧于田畴), 살림살이는 늘 곤궁하고 부족해질 것입니다.
비록 씨 뿌리고 가을 알곡을 수확하는 나의 육체적 노고와 경험이 평생 흙을 일군 노련한 늙은 농부(老農)에게는 미치지 못할지라도, 전체적인 농가 경영을 기획하고 땅의 힘을 조율하는 방책(規畫)에 있어서는 마음속으로 스스로를 고대의 거룩한 농업의 신 ‘후직(后稷)’에 기쁘게 비견하고자 합니다. 내가 평생 가꾸고 실천해 온 소중한 농업의 비결들을 아래에 상세히 조목조목 기록해 둡니다.
📖 가사협(賈思勰)의 농가 경영 및 도구 정비 지침
일반 농가에서 밭을 일구어 경영할 때는 반드시 제 소유의 힘과 노동력을 면밀히 헤아려야 하니, ‘경작지가 다소 좁더라도 정밀하고 비옥하게 일구어 풍요롭게 수확하는 것(少好)이, 분수에 넘치게 땅만 넒게 차지하여 잡초만 무성하게 버려두고 흉작을 내는 것(多惡)보다 백배 천배 훌륭한 법’입니다.
가령 소 한 마리가 끄는 쟁기 대오가 있다면, 소경지(小畝) 기준으로 총 3경(頃)의 밭을 넉넉히 갈 수 있습니다. (제나라의 대경지 대무 기준으로 1경은 35무에 달합니다.) 해마다 밭을 번갈아 가며 한 해씩 묵혀두는 윤작(一易)을 해야지, 한 땅에 매년 같은 작물을 억지로 계속 심어 지력을 소진해서는 결코 안 됩니다. 이처럼 윤작을 위해 남겨두고 번갈아 쉬게 만드는 잡다한 밭들이야말로, 내년에 심을 곡식의 지력을 충전해 주는 든든한 자산 기지가 될 것입니다.
어떤 일을 훌륭하게 완수하고자 한다면, 마땅히 그 일에 쓰이는 연장과 기구를 먼저 날카롭게 다듬어야 합니다(欲善其事, 先利其器). 통치자나 가장이 아랫사람들을 기쁜 마음으로 대접하여 부리면(悅以使人), 일꾼들은 제 육체의 노고를 까맣게 잊어버리는 법입니다. 그러므로 밭에 나가기 전에 마땅히 농기구와 쟁기의 날을 날카롭고 유연하게 길들여 두고, 밭을 갈아줄 소와 가축들에게 겨우내 여물을 든든하게 먹여 포동포동하고 건강하게 길러내야 하며, 일하는 머슴과 농부들의 처지를 정성껏 보살펴 그들의 마음속에 늘 기쁜 콧노래가 흘러나오도록 보살펴 주어야 합니다.
📖 정밀한 가을갈이(秋耕)와 흙다듬기(蓋磨)의 비결
땅의 고저와 물길을 잘 살펴 마르고 젖은 지형의 마땅함을 헤아리고, 가을 수확이 완료되자마자 가장 먼저 메밀(蕎麥)을 심었던 밭부터 우선 갈아엎고 그 뒤에 나머지 밭을 차례대로 깊이 갈아줍니다. 밭을 갈 때는 오직 지극히 깊고 미세하게 흙을 가는 것(深細)을 으뜸으로 삼아야 하며, 단지 많은 땅을 갈아엎겠다고 경망스럽게 속도를 내며 서둘러서는 절대 안 됩니다.
흙이 마르고 젖은 적당한 상태를 잘 보아, 가는 즉시 흙 갈개와 맷돌로 흙덩이를 부수고 고르게 덮어주어야(蓋磨) 흙 속의 소중한 수분을 가둘 수 있습니다. 보통 어리석은 세상 사람들은 밭을 대충 갈아엎은 뒤에, 커다란 흙덩이들을 하늘을 보게 널브러뜨린 채 한겨울을 다 보내고 정월 대보름 새봄이 올 때까지 그냥 방치하곤 합니다. 만약 겨울에 눈과 비가 적게 내리고 이듬해 여름에 지독한 가뭄이 겹치면, 아무리 가을에 부지런히 밭을 갈아두었을지라도 흙이 바짝 말라 죽어 씨앗을 뿌려도 싹이 나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밭을 얼마나 많이 갈았든지 상관없이, 가는 즉시 법도대로 곱고 고르게 다듬어 흙을 덮어주어야(旋蓋磨) 합니다.
가령 소 한 대오로 두 달 동안 가을갈이(秋耕)를 정밀하게 실행하면 약 3경의 소무 밭을 넉넉히 갈아낼 수 있습니다. 겨울 내내 소에게 사료 여물을 더 얹어 먹여 기운을 북돋아 주고, 섣달(12월)이 되면 농기구들을 꼼꼼히 점검하여 새봄에 즉시 쓸 수 있도록 정비해 둡니다. 정월 초하루가 되어 대지의 따뜻한 양기(陽氣)가 미처 솟구치기 전에, 가을에 갈아둔 밭을 다시 한번 고르고 부드럽게 덮어 갈아줍니다(蓋所耕得地一遍).
📖 소 발로 밟아 최고급 거름 만드는 법(踏糞法)
밭 가운데 지력이 약해 척박하고 농사가 안 되는 거친 땅이 있으면, 반드시 든든하게 최고급 거름(糞)을 뿌려 땅을 옥토로 일구어야 합니다.
그 훌륭하고 정밀한 ‘소 발로 밟아 거름 만드는 법(踏糞法)’은 다음과 같습니다.
가을 수확과 밭 정리가 모두 끝나면, 타작마당에 널린 볏짚(穰)과 곡식 껍질(穀𥢧) 등을 남김없이 모아 한곳에 쌓아 보관해 둡니다. 매일 이 짚풀들을 외양간 소들의 발밑에 약 3치(寸) 두께로 도톰하게 깔아 줍니다. 소가 밤새 외양간을 거닐며 제 발로 밟아 똥오줌과 단단히 짓이겨 놓으면, 다음 날 아침 일찍 이 짚풀들을 한곳에 긁어모아 둥글게 수북이 쌓아 둡니다. 그리고 그 빈자리에 다시 새 짚풀을 깔아 밟게 만들고 밤이 지나면 다시 모아 쌓아 둡니다. 이 정밀한 방식을 실행하면, 겨울 내내 소 한 마리가 무려 서른 수레에 달하는 비옥하고 소중한 거름을 제 발로 밟아 만들어 냅니다.
섣달과 정월 사이에 이 거름들을 수레에 실어 밭으로 운반합니다. 소무 기준 1무당 거름 다섯 수레를 고르게 뿌려주니, 총 6무의 거친 황무지를 완전히 기름진 옥토로 일굴 수 있습니다. 거름을 밭에 고르게 펼친 뒤 쟁기질을 하여 흙으로 덮어두고, 아직 흙을 다시 뒤집어엎지 않습니다.
봄볕에 땅이 마른 뒤에는 밭을 가는 족족 거름 흙을 덮어 고르고, 한 구역의 쟁기질이 다 끝나면 가로로 다시 한번 덮어 고릅니다. 정월과 이월 두 달 동안 다시 밭을 깊이 갈아엎습니다.
📖 작물별 파종 및 김매기(Weeding)의 비결
그 후 땅의 지력을 잘 살펴 곡식(조/기장)을 심는데, 먼저 어둡고 미세하게 질며 낮은 땅에는 거친 품종의 씨앗을 먼저 심고, 나중에 고지대의 비옥한 황토밭이나 백토밭(白地)에 심습니다. 백토밭은 한식(寒食) 절기가 지나 느릅나무 꼬투리가盛(성)하게 필 때 씨앗을 넣습니다. 이어서 대두(콩)와 참깨(油麻) 등을 차례대로 파종합니다.
거름을 넉넉히 준 밭은 다섯에서 여섯 번을 정밀하게 갈아엎습니다. 쟁기질을 한 번 할 때마다 흙 갈개로 두 번을 덮어 고르고, 마지막 쟁기질 때는 세 번을 고르게 다듬어 가로세로로 빈틈없이 고릅니다. 저녁 하늘에 방수(房宿)와 심수(心宿)의 별자리가 하늘 한복판에 우뚝 솟아오를 때 기장(黍) 씨앗을 파종하면 시기를 틀림없이 맞춥니다.
곡식 씨앗은 소무 1무당 정확히 1되(升)의 분량으로 뿌려야 싹이 우거지거나 성기지 않고 지극히 적당하게 돋아납니다.
기장과 조의 싹이 아직 이랑(壠) 높이만큼 자라나기 전에 즉시 첫 번째 김매기(鋤)를 해줍니다. 기장은 싹이 나고 닷새 뒤에 곧바로 두 번째 김매기를 해줍니다. 봄 누에가 고치를 짓기 위해 다 자라나기 전에 세 번째 김매기를 다그쳐 끝냅니다. 만약 농가의 노동력이 부족하면 여기서 멈추고, 여력이 있다면 곡식 이삭이 피어난 뒤에 네 번째 김매기(第四遍)를 해주는 것이 가장 훌륭합니다. 참깨와 대두는 김매기를 딱 두 번으로 끝내며, 일찍 매주는 것을 결코 싫어하지 않습니다.
곡식은 첫 번째 김매기를 할 때 포기의 간격을 정확히 솎아내어(科定), 한 포기당 튼실한 줄기를 딱 두 개만 남기고(留兩莖) 나머지는 사정없이 다 솎아냅니다. 포기와 포기 사이의 거리는 정확히 1자(尺)의 간격을 둡니다. 이랑의 양끝은 비워두고 흙을 깊고 곱게 파주어야 합니다. 첫 번째 김매기는 흙을 너무 깊게 파지 않으며, 두 번째 김매기는 오직 깊게 파는 것을 으뜸으로 삼고, 세 번째 김매기는 두 번째보다 약간 얕게 파며, 네 번째 김매기는 아주 살짝 얕게 흙을 고릅니다.
📖 메밀, 밀, 삼(麻)의 농법
메밀(蕎麥)은 오월에 밭을 깊이 갈아엎고 약 25일이 지나 흙 속의 잡초들이 완전히 썩어 거름이 된 뒤에 다시 갈아엎습니다. 총 세 번을 갈아엎고 씨앗을 심는데, 입추(立秋) 전후 열흘 이내에 심는 것이 마땅합니다. 밭을 세 번 정밀하게 갈았으니 씨앗 또한 삼중의 깊이로 고르게 심어집니다. 아래의 두 겹 씨앗은 검게 익고 맨 위의 한 겹 씨앗이 뽀얀 우윳빛(白汁)을 띠며 조밀하고 울창하게 여물었을 때 즉시 낫으로 수확해야 합니다. 수확한 메밀은 서로 맞닿게 단단히 묶어 밭에 널어두면, 뽀얗던 메밀알들이 햇볕을 받아 차례로 검게 잘 익어 완벽한 알곡이 됩니다. 만약 밭에서 맨 위의 메밀알까지 다 검게 익기를 기다렸다가 수확하려 들면, 이미 아래쪽의 잘 익은 알곡들은 땅바닥으로 다 떨어져 거둘 것이 없게 됩니다.
거름을 주어 기장을 수확한 밭은 수확하자마자 즉시 두 번을 다시 갈고 흙을 잘 덮어 고른 뒤 밀(糠麥)을 심어 기릅니다. 봄이 오면 김매기를 딱 세 번 해줍니다.
밀(小麥)을 심을 밭은 오월 내에 한 번 갈아두고, 흙의 마르고 젖은 상태를 잘 보아 세 번 가는 것을 표준으로 삼습니다. 추분 절기 뒤에 즉시 씨앗을 심고, 이듬해 봄에 김매기를 두 번 정밀하게 해주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삼(麻)을 심을 밭은 반드시 다섯에서 여섯 번을 아주 깊고 정밀하게 갈아엎고 흙 갈개로 곱절로 다듬어 고릅니다. 하지(夏至) 전 열흘 내에 씨앗을 심고 김매기를 두 번 해줍니다. 이때 밭을 유심히 관찰하여, 너무 조밀하게 엉켜 있거나 시들시들하여 약한 싹들은 아낌없이 솎아내어 버려야 합니다.
📖 하늘의 재앙을 이기는 흙 갈기(蓋磨)와 suburban 고부가가치 농업 전략
삼라만상의 농사는 오직 이 법도에만 정직하게 의지하면, 갑작스러운 곤충의 떼 습격을 제외하고는 웬만한 자잘한 가뭄이 닥칠지라도 곡식이 결코 말라 죽어 흉작을 내는 참사가 없습니다. 왜 그렇겠습니까? 밭을 깊이 갈고 흙 갈개와 맷돌로 흙을 곱고 미세하게 덮어 다듬은 횟수(蓋磨數)가 대단히 많아서 흙속의 소중한 수분을 굳게 가두어 보존했기 때문이며, 때맞춰 부지런히 잡초를 솎아 김을 매주었기 때문입니다. 옛 속담에 이르기를, ‘괭이 날 삼 치 아래에 마르지 않는 단비와 물줄기(鋤頭三寸澤)가 들어있다’ 한 까닭이 바로 이것입니다. 물론 요임금과 탕임금 시절의 지독한 홍수와 대가뭄 같은 하늘의 천재지변까지는 다 보장할 수 없으나, 이것이 바로 농가의 변치 않는 영원한 표준 공식(常式)입니다. 옛사람이 이르기를, ‘밭 갈고 김매는 농부의 땀방울은 가뭄과 장마 때문에 쉬는 법이 없으니, 그리하면 반드시 대풍년의 가을 수확을 얻을 것이다’ 하였습니다.
만약 농가의 경작지가 성곽이나 도시(城郭)와 가까운 곳에 자리 잡고 있다면, 반드시 참외(瓜), 채소, 가지(茄子) 등 고부가가치 속성 작물들을 널리 심어야 합니다. 그리하면 제 식구들의 밥상을 풍성히 먹일 뿐만 아니라 남은 양식은 도시에 가져다 팔아 든든한 가계 자금을 마련할 수 있습니다.
가령 십무(十畝)의 지극히 비옥하고 기름진 옥토가 있다면, 그중 가장 좋은 땅 5무를 따로 엄선하여 반인 2.5무에는 파(葱)를 심고 나머지 2.5무에는 갖가지 자잘한 채소들을 섞어 심습니다. 그리고 비교적 평평한 밭에는 참외와 무(蘿蔔)를 심습니다. 채소를 심은 밭은 매년 봄 이월이 되면 다시 거름을 주어 정밀하게 갈고 아욱(葵)과 상추(萵苣)를 심습니다. 이랑을 지어 순무(蔓菁)를 가꾸고 그 씨앗을 수확합니다. 오월과 유월이 되면 채소 중 가장 먼저 성숙한 것들부터 신속하게 잘 포장하여 장터에 내다 팔고 씨앗을 다 받아 둡니다. 그리고 빈 밭에는 순무, 상추, 무 등을 다시 심어 그 돋아나는 간격을 보며 솎아내고 김을 맵니다. 칠월 초엿새와 열나흘 사이에, 만약 소 수레가 있다면 채소들을 다 베어 도시 장터에 직접 싣고 나가 팔고, 수레가 없다면 다른 상인에게 넘겨 팝니다. 그리고 비워진 땅에는 신속하게 가을 채소를 다시 심어 대를 이어 기릅니다.
파는 사월에 심고, 무와 아욱은 유월에 심으며, 순무는 칠월에 심고, 갓(芥)은 팔월에 심습니다. 참외는 이월에 심는데, 만약 참외 밭 4무를 일구고자 한다면 사월까지 두고 김매기를 무려 열 번(十遍)이나 정밀하게 해 줍니다. 순무와 갓씨 밭은 김매기를 두 번 해주고, 아욱과 무 밭은 세 번 해주며, 파 밭은 흙을 돋우며 네 번을 매어 줍니다. 흰콩(白豆)과 팥(小豆)은 동시에 파종하여 일시에 수확하므로 귀찮게 꼬투리를 하나씩 따는 노고를 덜어 줍니다. 참된 농가에서 오직 이 과학적이고 치밀한 농학적 방법을 엄격히 따르기만 한다면, 만에 하나라도 농사를 그르치거나 실패하는 참사는 단 한 번도 없을 것입니다.
📖 주요 한자 · 고사성어 풀이
- 治生之道 (치생지도) — 자신의 집안 살림을 튼튼하고 평화롭게 이끌어 굶주림이 없게 만들고 삶을 영위하는 가장 근본적이고 정직한 실업(농업)의 길을 이르는 말입니다.
- 欲善其事 先利其器 (욕선기사 선리기기) — 어떤 일을 훌륭하고 완전하게 완수하고자 한다면, 마땅히 그 일에 쓰이는 연장과 기구를 먼저 날카롭고 완벽하게 정비해 두어야 한다는 뜻의 명언입니다.
- 踏糞法 (답분법) — 외양간 소들의 발밑에 겨울 내내 지푸라기와 겨 등을 깔아 밟게 만듦으로써, 똥오줌과 단단히 짓이겨진 지극히 기름진 최고급 유기농 거름을 만드는 고대의 지혜로운 농법입니다.
- 鋤頭三寸澤 (서두삼촌택) — 괭이와 호미 날 삼 치(3寸) 아래에 마르지 않는 단비와 축축한 물줄기가 들어있다는 뜻으로, 부지런히 김을 매고 흙을 덮어주면 땅속의 수분이 증발하지 않아 지독한 가뭄도 능히 이겨낼 수 있음을 비유한 농가의 격언입니다.
- 常式 (상식) — 갑작스러운 하늘의 대재앙은 다 피하지 못할지라도, 사람이 경작을 할 때 반드시 지켜야 할 변치 않는 가장 정직하고 과학적인 ‘만고의 표준 농가 공식’을 이르는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