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민요출 10권 권십-이국적오곡·남방이모작벼·열대과일·구황식물·사탕수수설탕석밀·아시아식물박물지(卷十)

📚 제민요출(齐民要术) · 제10편

권십-이국적오곡·남방이모작벼·열대과일·구황식물·사탕수수설탕석밀·아시아식물박물지(卷十)


무릇 중원(중국) 본토에서 나고 자라지 않으나, 머나먼 남방의 열대 우림, 서역의 오아시스, 혹은 동남아 교지(交趾)와 머나먼 인도 천축국(天竺國)에서 흘러들어와 백성들의 눈을 경탄하게 만들고 식탁을 풍요롭게 다듬어주는 이국적 오곡, 과수, 약초들은 실로 무궁무진합니다.

그 기이하고 신령한 명칭과 뉘앙스를 보존하여 훗날의 흉년과 치생의 거울로 삼고자 여기에 낱낱이 상세히 수록하여 붙여 둡니다.


📖 신비로운 남방과 서역의 이국적 오곡(五穀)

《산해경(山海经)》에 이르기를: ‘광도(广都)의 드넓은 들판에는 온갖 백 가지 신비로운 오곡(百䅽)이 사람의 경작 없이도 저절로 우람하게 자라나며(자생), 백성들이 한겨울과 한여름을 불문하고 늘 파종하고 싹을 틔워 풍성하게 거둔다’고 하였습니다. 곽박(郭璞)은 주석에서 ‘보금은 방언으로 파종하여 씨앗을 뿌려 다스림을 뜻한다’고 풀이했습니다. 또한 ‘그 벌판에는滑(매끄러움)하기가 황금 기름과 같고 밥맛이 지극히 꿀처럼 뛰어난 신비로운 기름진 조(膏稷)와 기름진 기장(膏黍), 기름진 콩(膏菽)이 우거져 자라난다’고 경탄하였습니다.

《博物志(박물지)》에 이르기를: ‘머나먼 동쪽 바다의 부해주(扶海洲) 섬 위에는 신기한 들풀이 자라나니 그 이름을 사(蒒)라 부른다. 그 이삭과 알맹이의 생김새는 대맥(보리)과 똑같으며 7월부터 황금빛으로 화창하게 익어 백성들이 겨울철 엄동설한에 이르기까지 산에 오르듯 언제든 들판에 나가 거두어 주린 배를 배불리 채우니, 이를 하늘이 백성에게 저절로 내려준 자연의 곡식이라 하여 자연곡(自然䅽)이라 부르고, 혹은 홍수를 통제하던 우임금이 흘러넘치게 남겨둔 하늘의 양식이라 하여 우여량(禹餘糧)이라 극찬해 부른다’고 하였습니다.

또한 밭에 수수(蜀黍)를 무려 3년 동안 연속해서 심어 윤작을 거부하면, 밭 흙속에 독한 습기가 차올라 7년 뒤에 온 밭에 징그러운 뱀(虸)들이 들끓어 경작을 망치게 되니, 대지의 기운을 순종하여 반드시 밭을 한 해 걸러 교대해야 한다고 경고하였습니다.


📖 남방의 위대한 이모작 벼와 이국적 밀

《이물지(异物志)》에 이르기를: ‘남방의 교지(交趾, 베트남 북부) 지방에서 자라나는 신비로운 벼(稻)는, 중원과 달리 일 년에 무려 두 번(여름 수확과 겨울 수확)이나 고두밥 알곡을 풍성하게 쏟아내니 이를 교지도(交趾稻)라 부른다’고 했습니다. 여익기는 주석에서 ‘교지의 벼는 따뜻한 대지의 양기 덕에 일 년에 두 번 완벽하게 익어 올라 풍요를 자랑한다’고 고증하였습니다.

《광지(廣志)》에 이르기를: ‘양禾(양화)라는 덩굴 곡식은 그 잎이 아욱 잎사귀처럼 둥글고 넓으며 알곡은 아욱 씨앗처럼 단단하고 둥글다. 이를 맷돌에 갈아 고운 가루를 내면 하얗기가 눈송이 같아 향긋한 쌀죽(饘粥)을 끓여 먹기에 지극히 으뜸이며, 일하는 일소에게 사료 여물로 듬뿍 먹이면 소가 단 한 달 만에 가마솥처럼 우람하고 포동포동하게 살이 차오른다. 6월에 심어 가을 9월에 신속하게 거둔다’고 하였습니다.

대화(大禾)라는 이국적 벼는 그 키가 무려 한 장(丈, 약 3미터)을 훌쩍 넘어 대나무처럼 자라나며, 알곡의 크기는 동글동글한 소두(팥)만 하여 서역의 머나먼 소특국(粟特國, 소그디아나)에서 사막의 수레에 실어 들여온 신비로운 잡곡입니다.

《서역제국지(西域諸國志)》에 이르기를: ‘머나먼 인도 천축국(天竺國)에서는 중원과 날씨가 완전히 달라, 음력 11월 6일 동지(冬至) 절기가 닥쳤을 때 벌써 들판에 보리와 밀의 이삭이 파랗게 솟구쳐 오르고, 12월 16일 섣달 제사(臘日)가 닥쳤을 때 벌써 보리가 누렇게 파랗게 완전히 익어 거두어들이니, 온 천하의 기후와 대지의 따뜻함은 참으로 그 조화가 무궁무진하다’고 기록하였습니다.


📖 서역과 남방의 신비로운 당류(설탕)와 석밀

머나먼 서역 천축국(인도)과 동남아의 따뜻한 우림 지대에서는 키가 대나무처럼 자라나고 속에 달콤한 단 즙을 가득 머금은 사탕수수(甘蔗)를 재배하여 백성들의 입맛을 기쁘게 가꾸어 줍니다.

사탕수수를 수확하여 단 즙을 맑게 짜내고 무쇠 가마솥에 부어 맑은 불로 수없이 달이고 졸여서 시럽을 만든 뒤, 차가운 바람에 굳히니 마치 주먹만 하고 단단한 흰 돌덩이처럼 하얀 결정 설탕이 완성되어 이를 석밀(石蜜)이라 일컫습니다. 이 석밀은 입에 물면 꿀보다 달콤함이 백배 천배 우수하며 오장을 따뜻하게 덥히고 기운을 즉시 북돋아 주어 서역 상인들이 사막의 낙타 등에 싣고 중원에 들여와 황금의 가격으로 귀하게 교역하는 최고의 명품 약용 감미료 자원입니다.


📖 척박한 산과 들에서 목숨을 구하는 구황(救荒) 자생 식물들

지독한 가뭄과 모진 한해(旱害)가 겹쳐 오곡이 한 알도 여물지 않는 지독한 기근이 밭을 덮쳤을 때, 농가의 현명한 가장들은 절대 낙담하지 않고 산과 골짜기로 달려가 대지가 저절로 베풀어둔 무상 구황 약초들을 낱낱이 채취해 온 가족의 목숨을 굳건하게 지켜냅니다.

엄동설한 겨울철 꽁꽁 언 굳은 땅을 뚫고 가장 먼저 파랗게 돋아나는 냉이(薺)의 뿌리를 캐내어 국을 끓여 먹어 비타민과 영양을 급속히 보강하고, 산비탈 우거진 칡뿌리(葛根)를 파내어 돌로 찧어 맑은 물에 흔들어 가라앉힌 칡 전분 녹말을 가마솥에 풀어 묵처럼 쑤어 먹으면 며칠 동안 굶어도 주린 배를 든든하게 달래 줍니다.

또한 깊은 골짜기의 음지에서 자라나는 향긋한 고사리(蕨)의 어린 파란 싹을 뜯어다가 끓는 물에 삶아내어 독성을 빼고 무쳐 먹으며, 늪가에 자라나는 부드러운 아욱풀과 야생 마름 열매를 따서 삶아 밥 대신 먹으면 온 집안 식구들이 흉년의 모진 생사 기로 속에서도 단 한 명도 굶어 죽는 참사 없이 건강하고 의연하게 새봄의 파종 철을 다시 맞이하게 도우니, 대지가 인류에게 베풀어둔 이 위대한 식물 박물지 지식이야말로 만고의 가장 정직하고 귀중한 농가의 비서이자 든든한 등불입니다.


📖 주요 한자 · 고사성어 풀이

  • 自然䅽 (자연곡) — 사람이 쟁기질하여 파종하지 않아도 남방의 비옥한 늪지나 섬에서 저절로 돋아나 백성들이 가을부터 겨울까지 수확하는 은혜로운 자생 구황 벼를 뜻합니다.
  • 木禾 (목화) — 산해경에 인용된 신비로운 벼의 일종으로, 키가 다섯 아름에 달하고 기둥처럼 곧게 자라나 척박한 고산 지대 백성들의 훌륭한 식량이 되는 거대한 고대 곡식입니다.
  • 禹餘糧 (우여량) — 대홍수를 물리치던 우임금이 백성들의 기근을 구제하기 위해 남겨둔 소중한 은혜의 양식이라는 뜻으로, 산과 들의 자생 구황 작물을 극찬해 부르는 한자 명칭입니다.
  • 交趾稻 (교지도) — 남방의 교지(베트남 북부) 지방에서 자라나며, 온화한 양기 덕에 일 년에 여름과 겨울 무려 두 번이나 이모작으로 풍성하게 거두어들이는 신비로운 명품 벼 품종입니다.
  • 非中國物產 (비중국물산) — 한나라 중원 본토가 아닌 서역 오아시스, 인도 천축국, 동남아 등 아시아 각지의 기이한 풍토에서 생산되어 귀하게 유입된 이국적 명품 식물들을 통칭하는 말입니다.
  • 石蜜 (석밀) — 인도 천축국 등에서 사탕수수 즙을 가마솥에 고아 차가운 바람에 돌처럼 단단하고 하얗게 정제해 굳혀 만드는, 오늘날 ‘설탕’에 해당하는 귀중한 역사적 교역재입니다.
  • 落葵 (낙아욱) — 동남아 남방 우림에서 주로 덩굴을 지어 자라나는 기이한 아욱의 종류로, 부드러운 잎을 국 끓여 먹으나 개에게 물린 상처가 있을 때는 독성을 발하므로 금기시한 약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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