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민요출 3권 권삼-아욱·순무·마늘·파·부추·고수·생강·미나리·채소재배법(卷三)
📚 제민요출(齐民要术) · 제3편
권삼-아욱·순무·마늘·파·부추·고수·생강·미나리·채소재배법(卷三)
《광야(廣雅)》에서 이르기를: ‘궤(蘬)는 구아욱(丘葵)을 뜻한다’고 하였고, 《광지(廣志)》에서는 ‘호아욱(胡葵)은 그 피어나는 꽃빛이 화사한 붉은빛과 보랏빛을 띤다’고 하였습니다. 《博物志(박물지)》에 이르기를 ‘사람이 낙아욱(落葵)을 먹은 뒤에 성난 미친개에게 물리면, 돋아난 상처가 평생 아물지 않고 문드러져 끝내 죽음에 이르기도 한다’고 경고하였습니다.
아욱(葵)은 온갖 채소 중의 으뜸이자 왕(百菜之王)입니다. 겨울아욱, 봄아욱, 가을아욱 등 사계절에 맞추어 밭을 갈고 둥근 이랑을 지어 씨앗을 심습니다. 아욱은 줄기와 잎이 지극히 부드럽고 연하여 맑은 물에 아욱국을 끓여 먹으면 그 맛과 달콤함이 천하에 으뜸이며 조상님께 제사를 올릴 때도 빠지지 않는 든든한 채소입니다. 봄비가 내린 뒤 흙이 축축할 때 고르게 씨앗을 심고, 잡초가 돋아나 싹을 억누르기 전에 부지런히 호미질을 해 주면 가을철 튼실한 아욱 잎을 풍성하게 수확할 수 있습니다.
《제민요술(齐民要术)》 권삼 : 제18장 순무, 배추, 무(蔓菁第十八) 번역
순무(蔓菁)와 배추(菘), 그리고 무(芦菔)는 겨울철 굶주린 백성들의 소중한 목숨을 지켜내고 밥상을 풍요롭게 다듬어주는 고마운 채소 삼총사입니다.
특히 배추(菘)는 모진 겨울철 눈보라 속에서도 그 푸른 잎사귀의 꼿꼿한 성질을 잃지 않아 소나무(松)의 굳건한 절개를 가졌다 하여 송(菘)이라는 아름다운 이름이 붙었습니다. 순무(만경)는 이파리부터 대지 깊숙이 뻗은 뿌리까지 단 하나도 버릴 것이 없어 구황 작물 중에 으뜸입니다.
늦여름 7월에 대지의 열기가 가득할 때 씨앗을 밭에 고르게 뿌려 기릅니다. 가을철 찬 바람이 불어와 잎이 단단해지고 뿌리가 주먹만 하게 알차게 여물면, 남김없이 캐내어 맑은 물에 씻어 짠 소금과 겨를 켜켜이 친 장독에 묻어 절임지(김치)로 가꾸어 두면, 매서운 한겨울 내내 밥상에 훌륭하고 요긴한 반찬이 됩니다.
《제민요술(齐民要术)》 권삼 : 제19장 마늘 심기(种蒜第十九) 번역
마늘(蒜)은 톡 쏘는 강렬한 맛과 영양으로 백성들의 양념이 되어 기운을 돋우고 독소를 물리쳐 주는 귀중한 약용 채소입니다.
마늘을 심을 때는 가을 수확이 끝난 밭에 거름을 아낌없이 두텁게 주고 깊이 갈아엎습니다. 마늘 통에서 단단하고 굵은 마늘 쪽(瓣)들을 손으로 정성껏 쪼개어, 밭고랑에 가로세로 반 자(半尺)의 일정한 간격마다 싹이 터 오를 뾰족한 머리가 하늘을 보게 흙 속에 콕콕 꽂아 묻습니다.
이른 봄 대지의 양기가 돋아나 싹이 올라올 때는 물을 듬뿍 대어 목마르지 않게 보살펴 주며, 늦여름 마늘대가 우람하게 솟구치고 끝에 마늘종이 맺히면 지체 없이 손으로 쑥 뽑아주어야 영양분이 땅속 마늘통으로 집중되어 주먹처럼 크고 단단한 최고급 마늘을 수확할 수 있습니다. 수확한 마늘은 잎을 엮어 햇볕이 들지 않고 바람이 쌩쌩 부는 그늘에 매달아 보관해야 썩지 않습니다.
《제민요술(齐民要术)》 권삼 : 제20장 염교 심기(种䪥第二十) 번역
염교(䪥, 돼지파)는 향긋하고 맵싸한 구근을 지녀 밥맛을 돋우고 소화를 도우며 장을 튼튼하게 만들어주는 유용한 밑반찬 채소입니다.
염교는 물이 고이지 않는 비옥하고 가벼운 모래흙 밭에 심는 것이 지극히 마땅합니다. 밭을 깊이 갈아 다듬은 뒤, 염교의 둥근 뿌리 구근들을 이랑 사이에 총총히 꽂아 심고 곱게 흙을 덮어 줍니다.
염교는 줄기가 가늘고 연약하여 잡초의 침입에 매우 취약하므로, 봄철 내내 밭에 잡초가 한 터럭도 자라나지 않도록 부지런히 예리한 호미로 김을 매어 주어야 줄기가 꺾이지 않고 땅속 구근이 토실토실하게 무리를 지어 번성하게 됩니다.
《제민요술(齐民要术)》 권삼 : 제21장 파 심기(种葱第二十一) 번역
파(葱)는 대단히 기름진 거름을 무척이나 좋아하여 모든 음식의 풍미를 돋우고 잡내를 잡는 데 한 시도 빠져서는 안 되는 오곡의 든든한 동반자입니다.
파를 심기 위해서는 밭에 보습을 깊게 부려 한 자 깊이의 고랑을 길게 파고, 고랑 바닥에 잘 썩은 거름과 소똥을 채운 뒤 흙과 잘 뒤섞어 줍니다. 여기에 튼실하게 자란 파 모종을 꽂아 심습니다.
파 싹이 자라나 이파리를 올릴 때마다, 고랑 사이에 쌓아 두었던 비옥한 흙을 파 줄기 아랫부분에 대고 거듭 북돋아 주는 ‘배토(培土)’ 작업을 끊임없이 정성껏 실행해야 합니다. 줄기가 흙 속에 깊이 묻혀 햇볕을 보지 못하고 어둠 속에서 자라야만, 영양이 풍부하고 달콤하며 향긋한 파의 하얀 밑동인 ‘총백(蔥白)’이 팔뚝처럼 길고 굵게 차올라 최고의 가치를 지닌 파가 완성됩니다.
《제민요술(齐民要术)》 권삼 : 제22장 부추 심기(种韭第二十二) 번역
부추(韭)는 한 번 밭에 심어 뿌리를 내리면 해마다 수없이 가위나 낫으로 베어내어 먹어도 새 봄에 다시 파랗게 솟구쳐 오르는 위대한 생명력을 지닌 여러해살이 효자 작물입니다.
부추밭은 칼로 줄기를 베어내 수확한 즉시, 밭 전체에 맑은 똥거름물이나 비옥한 오줌 물을 가득 대어 주어 잘린 밑동의 지력을 급속히 충전해 주어야 합니다. 그래야 며칠 지나지 않아 다시 돋아나는 새싹이 한층 더 부드럽고 아삭하며 은은한 향을 잔뜩 머금게 됩니다.
부추를 벨 때는 땅 표면에 바짝 대고 낫을 뉘어 단번에 베어내야 줄기의 단면이 정결하게 아물어 새싹이 고르게 돋아납니다.
《제민요술(齐民要术)》 권삼 : 제23장 겨자와 유채, 갓 씨앗(种蜀芥、芸薹、芥子第二十三) 번역
갓(蜀芥)과 유채(芸薹), 그리고 겨자(芥子)는 백성들의 밥상에 톡 쏘는 매콤한 풍미를 선사하고 비옥한 청결 기름을 짜내어 살림을 이롭게 돕는 유익한 기술 작물입니다.
이 작물들은 늦여름 단비가 촉촉이 내린 직후에 밭을 가볍게 갈아엎고 씨앗을 흩뿌려 파종합니다. 가을철 대지의 시원한 기운 속에서 파릇파릇 돋아난 여린 이파리들은 가을철 쌈으로 무쳐 먹거나 소금에 살짝 절여 매콤한 겨울 김치로 가꾸어 두고, 이듬해 봄 노란 꽃이 흐드러지게 핀 뒤 맺히는 단단한 겨자 씨앗을 가을에 수확해 찧으면 훌륭한 매운 양념과 비옥한 식용 기름을 풍성하게 얻게 됩니다.
《제민요술(齐民要术)》 권삼 : 제24장 고수 심기(种胡荽第二十四) 번역
고수(胡荽)는 옛날 한나라의 위대한 명장 장건(張騫)이 서역(실크로드)의 머나먼 사막 길을 건너 대지에서 가져온, 이국적이고 신비로운 서역의 향기로운 채소(Coriander)입니다.
고수는 고기 요리의 누린내와 생선의 비린내를 흔적 없이 잡아내는 동양 최고의 향신 채소로 밭가에 꼭 기를 만합니다. 봄과 가을철에 파종하는데, 고수의 둥근 씨앗은 겉껍질이 대단히 단단하여 그냥 흙에 심으면 싹이 잘 트지 않으므로, 심기 전 돗자리 위에 씨앗을 펼쳐두고 돌이나 나무판으로 부드럽게 문질러 씨앗을 반으로 쪼갠(비벼낸) 뒤에 심어야 대지의 수분을 빨아들여 일시에 고운 파란 싹을 틔웁니다.
《제민요술(齐民要术)》 권삼 : 제25장 난향 심기(种兰香第二十五) 번역
난향(兰香, 바질)은 그 그윽하고 매력적인 향기가 사람의 머리를 맑게 가꾸고 마음을 평안하게 도와주어 농가 뒤뜰이나 장독대 옆 담장 밑에 조밀하게 심어 가꾸는 향기로운 약초 채소입니다.
이른 봄 고운 흙에 씨앗을 뿌려 싹을 올리며 줄기가 무성하게 자라나 꽃을 피우려 할 때, 파란 이파리들을 정성껏 뜯어 그늘에 바짝 말려 둡니다. 이 말린 잎사귀 가루는 고기 국을 끓이거나 집안에 귀한 손님을 모시고 맛있는 요리를 대접할 때 아주 요긴한 천연 조미료로 쓰여 요리의 격을 한층 더 높여 줍니다.
《제민요술(齐民要术)》 권삼 : 제26장 들깨와 여뀌(荏、蓼第二十六) 번역
들깨(荏)와 여뀌(蓼)는 대지의 거친 환경 속에서도 스스로 잘 번성하여 고소한 기름과 톡 쏘는 생선 양념을 아낌없이 제공해 주는 고마운 야생 채소입니다.
특히 들깨(임)는 참깨를 심기 어려운 다소 거칠고 그늘진 습지 밭이나 산골 밭둑에서도 싹을 잘 틔우며, 가을철 수확해 찧으면 참깨 못지않게 비옥하고 영양이 풍부한 들기름을 얻게 되고 파란 잎사귀는 소금에 절여 맛있는 반찬으로 가꿉니다. 여뀌는 물기가 흐르는 도랑가에 심어 기르니, 그 이파리에 매콤하고 톡 쏘는 강렬한 맛이 있어 생선회나 날생선 요리를 먹을 때 비린내를 죽이고 식중독을 막는 최고의 약용 조미 쌈이 됩니다.
《제민요술(齐民要术)》 권삼 : 제27장 생강 심기(种姜第二十七) 번역
생강(姜)은 그 성질이 지극히 따뜻하고 매워 몸속의 차디찬 한풍을 몰아내고 해독 작용을 돕는 필수 불가결한 양념이자 훌륭한 한약재입니다.
생강은 따뜻한 기운이 충만한 늦봄에 비옥하고 물 빠짐이 좋은 밭에 씨앗 구근을 심어 기릅니다. 가을철 첫서리가 대지를 때려 잎이 시들기 전에 밭 속의 생강을 모두 조심스럽게 캐내어 수확해야 하며, 수확한 생강은 절대 추위에 노출시켜서는 안 됩니다. 움집 깊은 구덩이에 마른 왕겨와 짚을 두텁게 깔고 생강을 묻은 뒤 흙을 3자 이상 튼튼히 덮어 보관해야 겨울철 얼어 죽지 않고 이듬해 봄까지 단단하고 매운 성질을 고스란히 간직하게 됩니다.
《제민요술(齐民要术)》 권삼 : 제28장 양하, 미나리, 아욱풀(种蘘荷、芹、𦼫第二十八) 번역
양하(蘘荷)와 미나리(芹)는 어둡고 축축하여 곡식이 자라지 못하는 노는 습지와 그늘진 담장 밑을 비옥한 보물창고로 가꾸어주는 놀라운 채소들입니다.
양하는 해가 전혀 들지 않는 허름한 뒤뜰 북쪽 담장 밑에 심어두면 저절로 번성하며, 늦여름 돋아나는 아삭하고 향긋한 꽃봉오리는 쌈을 싸 먹거나 장아찌를 담가 먹는 별미 나물입니다. 미나리는 물이 항상 졸졸 흐르는 개울가나 수렁 진흙 속에 촘촘히 꽂아두면 가을과 초봄 차가운 물속에서도 파랗게 우거지니, 베어내어 국을 끓이거나 데쳐 먹으면 백성들의 피를 맑게 정화해 줍니다.
《제민요술(齐民要术)》 권삼 : 제29장 자운영 심기(种苜蓿第二十九) 번역
목숙(苜蓿, 자운영)은 황무지 같은 척박한 땅을 비옥하게 개량해주고, 소와 말 등 가축에게 단백질이 대단히 풍부한 최고급 겨울철 여물(사료)을 선사하는 밭의 보배 같은 작물입니다.
가을철 조 수확이 끝난 밭에 씨앗을 뿌려 두면, 겨울철 모진 추위 속에서도 파랗게 대지를 덮어 흙속의 질소와 수분을 보존합니다. 이듬해 봄 싹이 울창하게 자라났을 때 가축에게 베어 먹이거나, 밭에 그대로 대고 쟁기로 갈아엎어 파묻으면 최고의 유기농 거름 밭으로 변모하니 밭 지기들에게 크나큰 이로움을 줍니다.
《제민요술(齐民要术)》 권삼 : 제30장 채소와 화초 재배 잡설(杂说第三十) 번역
무릇 집안 정원(園圃)을 가꾸고 온갖 채소와 기이한 화초들의 씨앗을 갈무리하여 번성하게 만드는 데는, 하늘의 은밀한 질서와 과학적인 관찰을 정직하게 따르는 지혜가 반드시 수반되어야 마땅합니다.
채소 씨앗을 보존할 때는 절대 습기와 바람에 노출되지 않도록 질그릇 옹기에 담아 마른 쑥을 섞어 밀봉해 두고, 해충을 막기 위해 가시나무나 부자 우린 물을 밭가에 뿌려 둡니다. 봄철 돋아나는 여린 냉이(薺)를 비롯한 잡다한 들풀의 성질을 잘 관찰하여 이른 봄 첫 나물로 밥상에 올리니, 부지런히 대지의 변화를 감지하고 씨앗을 제철에 맞추어 흙에 묻는 농가는 결코 흉년의 굶주림을 걱정하지 않고 온 집안 식구들이 항상 건강하고 평화로운 치생의 기쁨을 누리게 됩니다.
📖 주요 한자 · 고사성어 풀이
- 百菜之王 (백채지왕) — 온갖 채소 중의 으뜸이자 왕이라는 뜻으로, 고대 동양에서 가장 귀하게 취급되고 맛과 영양이 탁월한 명품 채소인 ‘아욱(葵)’을 극찬하여 부르는 말입니다.
- 菘 (송) — 소나무(松)처럼 혹독한 엄동설한 겨울철 한파 속에서도 푸른 잎사귀와 곧은 기질을 잃지 않고 굳건히 버텨내는 성질을 가졌다 하여, 고대 중국에서 ‘배추’를 지칭하던 아름답고 세련된 옛 한자어입니다.
- 蔥白 (총백) — 파의 아랫부분에 달린 하얀색 밑동 부위로, 밭고랑을 깊이 파고 자랄 때마다 흙을 거듭 북돋아 덮어주는 배토(培土) 작업을 통해 햇빛을 차단하여 길고 두껍게 키워내는, 영양이 풍부하고 달콤한 파의 핵심 약용 부위입니다.
- 胡荽 (호수) — 한나라의 명장 장건(張騫)이 서역(실크로드)의 머나먼 사막 길을 건너 대지에서 가져온 서역의 향기로운 채소라는 뜻으로, 오늘날 동서양 요리에서 독특한 향을 뽐내며 고기 비린내를 잡는 데 널리 쓰이는 ‘고수(Coriander)’의 옛 이름입니다.
- 苜蓿 (목숙) — 척박하고 굳어버린 황무지 땅의 지력을 든든하게 회복시켜 주고, 소와 말 등 농가의 소중한 가축들에게 가장 양질의 단백질 여물을 선사하는 보배로운 유기농 작물인 ‘자운영(알팔파)’을 뜻하는 한자어입니다.
- 蘘荷 (양하) — 농가의 그늘지고 습한 담장 밑이나 뒤뜰 구석진 곳에서 특별한 보살핌 없이도 스스로 울창하게 잘 자라나는 생강과의 여러해살이 작물로, 늦여름 돋아나는 아삭하고 향긋한 꽃봉오리를 장아찌나 나물로 가꾸는 별미 나물입니다.
- 薺 (제) — 겨울철 꽁꽁 얼어붙은 굳은 대지를 뚫고 봄철 가장 먼저 대지 위로 파랗게 돋아나 백성들의 겨울철 영양 부족을 채워주고 입맛을 화창하게 돋우는 소중한 들풀인 ‘냉이’를 뜻하는 옛 한자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