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민요출 9권 권구-황금바비큐·만두빵·댓잎쌈떡종·웰빙사찰채식·아교·명품붓과먹비법(卷九)
📚 제민요출(齐民要术) · 제9편
권구-황금바비큐·만두빵·댓잎쌈떡종·웰빙사찰채식·아교·명품붓과먹비법(卷九)
무릇 고기를 불에 굽고 향을 돋우는 자법(炙法, 구이 요리)의 극치는, 고기 속의 풍성한 즙을 보존하고 겉껍질을 황금빛으로 바삭하게 익혀내는 불 다스림의 미학에 달려 있습니다.
그중 천하제일의 별미인 유돈자(乳豚炙, 아기 돼지 숯불구이)의 비법을 전수하니: 아직 어미 젖을 먹는 지극히 포동포동하고 살진 어린 아기 돼지를 골라 깨끗이 잡고 가죽 겉면을 긁어 눈처럼 희게 다듬습니다. 배를 좁게 갈라 내장을 비우고 맑은 물로 핏물을 완전히 씻어낸 뒤, 뱃속에 향긋한 산초(초피)와 쑥 약재를 가득 채워 메웁니다. 튼튼한 참나무 꼬챙이로 돼지 몸통을 꿰어, 은근하고 약한 숯불(缓火) 위에서 일정한 속도로 급하게 굴리며 회전시켜 구워 줍니다. 구울 때 절대 회전을 멈추어서는 안 되니, 멈추면 한쪽 면만 까맣게 타버려 법도를 잃기 때문입니다.
껍질이 노릇하게 익어 오를 때 맑은 청주를 겉면에 자주 덧발라 주면 고운 갈색빛이 돋아나며, 구이가 다 끝났을 때 갓 정제한 하얀 흰 돼지기름(돈지)을 부드럽게 겉면에 듬뿍 문질러 윤기를 냅니다. 완성된 아기 돼지 바비큐의 빛깔은 영롱한 보석 호박(琥珀)과 같고 진짜 금빛(真金)을 뿜어냅니다. 이를 썰어 입에 넣으면 고기가 이가 없어도 사르르 녹아내려(入口则消) 마치 한겨울 눈송이(凌雪)가 녹는 듯하고, 달콤한 육즙이 입안 가득 쏟아지니 온 천하 가축 요리 중에 가히 으뜸이자 신비로운 미식의 경지입니다.
《제민요술(齐民要术)》 권구 : 제81장 육류 가공 저장(作𦞤、奥、糟、苞第八十一) 번역
고기를 얇게 저며 삭히는 자(𦞤)와 짚으로 싸서 겨울철 광속에 장기 보관하는 포(苞) 등의 가공 기술은, 사철 동안 비옥한 고기의 맛을 상하지 않게 굳건히 보존해 식구들을 먹이는 농가의 요긴한 가사 저장 기술입니다.
신선한 멧돼지나 사슴 고기를 결대로 얇게 썰어 소금과 누룩 가루를 친 항아리에 안쳐 삭히거나, 통고기를 맑은 술지게미 항아리에 켜켜이 묻어 두어 향긋하게 숙성시킵니다. 혹은 고기를 짚풀로 꽁꽁 동여매어 겉면에 곱게 진흙을 발라 숯불 가에 구워 말려 보관하면, 수개월이 지나도 썩지 않고 고기 본연의 감칠맛을 고스란히 머금어 훌륭한 비상 육류 자원이 됩니다.
《제민요술(齐民要术)》 권구 : 제82장 만두와 수제비(饼法第八十二) 번역
밀가루와 쌀가루를 부드럽게 반죽하여 찌고 굽고 끓여내어 식구들의 주린 배를 따뜻하게 채워주는 다채로운 병법(餠法, 밀가루 빵과 만두)의 세계입니다.
밀가루를 우물물로 부드럽게 치대어 반죽한 뒤 화덕 벽에 붙여 구워내는 고소한 빵(燒餠)을 짓고, 맑은 고깃국물이 가마솥에 펄펄 끓을 때 반죽을 손끝으로 얇게 뜯어 던져 넣어 끓여내니 이를 탕병(湯餠, 수제비)이라 불러 겨울철 온 식구의 추위를 씻어 줍니다. 또한 밀가루 반죽을 얇게 펴서 그 속에 갖가지 비옥한 양고기, 멧돼지 고기와 파, 생강 양념을 가득 채워 동그랗게 빚어 찜통 시루에 쪄내니 이를 만두(饅頭)라 부르며, 한 입 베물면 속의 육즙이 입안에 진하게 흘러넘쳐 축제날 식탁의 최고의 대접 요리가 됩니다.
《제민요술(齐民要术)》 권구 : 제83장 대추 댓잎 쌈떡 종(糉䊦法第八十三) 번역
종(糉, 쭝쯔)은 단오 절기와 명절날 대지의 파릇한 이파리 향기를 찹쌀에 입히고 달콤한 대추를 섞어 쪄내는 기품 있는 동양의 전통 쌈떡 요리입니다.
종을 빚을 때는 은은한 대나무 잎(竹叶)이나 칡잎을 깨끗이 씻어 준비합니다. 향기로운 잎사귀를 고운 주머니 모양으로 접고, 그 속에 맑게 씻은 찹쌀과 잘 여문 붉은 대추, 단단한 알밤을 채워 넣습니다. 잎사귀로 오곡을 빈틈없이 단단히 감싼 뒤 고운 삼실 끈으로 꽁꽁 묶어 시루에 얹고 푹 쪄냅니다. 대나무 잎의 향긋한 초록 수분이 찹쌀알 깊숙이 배어들어 떡이 쫄깃하고 대추의 단맛이 은은하게 엉기니, 끈을 풀고 잎을 벗겨 먹으면 그 맑고 고결한 맛이 군자의 성품과 같아 단오 날 온 가문이 모여 즐기기에 지극히 훌륭합니다.
《제민요술(齐民要术)》 권구 : 제84~86장 밥과 죽(煮𥻩, 醴酪, 飧饭) 번역
쌀과 잡곡의 성질을 정직하게 관찰하여 고운 죽(𥻩)을 끓이고, 엿기름을 활용해 맑고 달콤한 감주(醴)를 안치며, 물을 한 방울의 오차도 없이 맞추어 찰진 밥(飧饭)을 지어내는 매일의 밥상 과학입니다.
곡식 가루를 미세하게 빻아 옹기 가마솥에 물을 넉넉히 대고 끓여내어 위장이 약한 노인과 아이들의 기력을 부드럽게 보강하는 쌀죽을 쑤고, 보리 싹을 말린 엿기름 가루를 찐 쌀밥에 섞어 삭혀내니 달콤하고 투명한 감주(단술)가 옹기 속에 가득 차오릅니다. 밥을 지을 때는 쌀을 물에 충분히 불린 뒤 대지의 수분을 벼의 성질에 맞춰 불 조절을 하니, 밥알이 떡지지 않고 알알이 투명한 보석처럼 서서 빛나며 씹을수록 단맛이 도는 최고급 밥(가비)이 완성됩니다.
《제민요술(齐民要术)》 권구 : 제87장 웰빙 사찰 채식(素食第八十七) 번역
소식(素食, 채식)은 파와 마늘 등 향이 강해 정신을 흔드는 오신채와 고기, 생선을 일절 배제하고, 오직 산나물과 버섯, 두부, 고소한 들기름만을 조화롭게 다듬어 대지의 가장 고결하고 깊은 감칠맛을 도출하는 영혼을 맑게 씻어주는 최고의 웰빙 채식(사찰 요리)입니다.
고기를 쓰지 않고 어찌 깊은 맛을 내겠습니까? 대지 속의 보배인 향기로운 표고버섯(香蕈)과 느타리버섯을 우려내어 비옥한 버섯 밑국물을 만들고, 콩을 맷돌에 갈아 가마솥에 끓여 굳힌 두부(豆腐)를 들기름에 노릇노릇하게 지져 냅니다. 여기에 맑은 조선간장과 쑥 향을 살짝 가미해 뚝배기에 안치고 뭉근히 조려내니, 고기 요리보다 그 감칠맛과 깔끔함이 백배 천배 우수하여 몸의 나쁜 기름기를 씻어내고 선비와 고승들의 정신을 굳건하고 평화롭게 가꾸어 줍니다.
《제민요술(齐民要术)》 권구 : 제88~89장 채소 보존과 조청(作菹藏生菜, 饧餔) 번역
생채소를 겨울 내내 시들지 않게 광속에 보존하는 법과, 엿기름으로 쌀의 단맛을 농축하여 진한 황금빛 조청(饧)과 전통 엿을 고아 만드는 달콤한 제과 기술입니다.
가을철 수확한 싱싱한 상추와 채소들을 습기가 적절한 어두운 지하 광속에 묻어 보존하여 정월 새봄까지 시들지 않는 생채소를 밥상에 올리고, 엿기름 가루에 찐 찹쌀밥을 고루 삭혀 면포에 걸러낸 맑은 단물을 무쇠 가마솥에 부어 반 나절 동안 장작불로 졸여 냅니다. 단물이 점점 농축되어 주홍빛의 걸쭉한 조청(饧)으로 변해 오니, 온갖 전통 한과 과자를 빚을 때 감미료로 쓰고 한 숟가락 떠먹으면 머리를 맑게 돕는 농가의 최고의 천연 단맛 자원이 완성됩니다.
《제민요술(齐民要术)》 권구 : 제90장 천연 아교(煮胶第九十) 번역
아교(膠)는 소나 사슴, 돼지의 견고한 가죽과 뼈를 무쇠 가마솥에 무려 사흘 동안 푹 고아내어 굳혀 만드는, 목공 가구를 굳건히 짜 맞추거나 최고급 먹을 빚을 때 결코 빠져서는 안 되는 위대하고 단단한 천연 접착제입니다.
동물의 생가죽을 따뜻한 물에 불려 털과 기름기를 칼로 완전히 긁어내 정결하게 다듬어 둡니다. 가마솥에 정제한 가죽을 가득 채우고 물을 부어 약한 장작불로 밤새 푹 고아내어 가죽 속의 단단한 콜라겐 진액이 물에 녹아 나오게 만듭니다. 가죽 찌꺼기를 깨끗이 걸러내고 남은 투명하고 진한 진액을 널따란 판에 부어 차가운 바람에 말려 굳히니, 유리가 깨진 듯 단단하고 투명한 황금빛 아교 블록이 완성됩니다. 이 아교는 물에 살짝 녹여 나무 틈에 바르면 쇠못보다 굳건하게 목재를 이어 붙여 백 년 동안 가구가 뒤틀리지 않게 잡아 줍니다.
《제민요술(齐民要术)》 권구 : 제91장 명품 붓과 먹(笔墨第九十一) 번역
붓(筆)과 먹(墨)은 선비의 영혼을 대지 위에 그려내고 역사와 농학의 지혜를 천 년 동안 지워지지 않게 기록하는 가문 번성의 으뜸가는 최고급 문방 공예 자산입니다.
명품 붓(筆)을 제작하기 위해 가을철 단단하게 여문 토끼의 등 털(자모)이나 염소 털을 골라 끝을 정렬하고, 고운 천연 아교물에 적셔 붓 끝의 둥근 모형을 잡은 뒤 단단한 대나무 붓대(筆管)에 꽂아 고정합니다.
천 년을 가도 빛이 바래지 않는 명품 송연묵(松烟墨)을 빚는 장인의 화학 비법을 전수하니: 황장목 소나무를 가마 속에서 그을려 태워 천장 벽에 붙은 미세하고 날카로운 탄소 그을음(송연)만을 고스란히 털어 모읍니다. 이 송연 가루에 맑게 녹인 명품 천연 아교물과 머리를 맑게 할 향기로운 사향(麝香) 한 푼을 넣고 섞어 되직하게 반죽을 만듭니다. 이 반죽을 절구에 안치고 무려 수만 번(萬杵) 메질하여 찰기를 극대화한 뒤, 둥글거나 네모난 목판 틀에 넣어 단단하게 압착해 말려 굳혀 냅니다. 이 송연묵은 벼루에 갈면 물 위에 기름처럼 매끄럽게 갈리고 그윽한 묵향이 온 서재에 가득 진동하며, 종이 위에 글을 쓰면 물이 닿아도 번지지 않고 먹빛이 까맣게 천 년 동안 빛나 가문의 지혜를 영원히 수호합니다.
📖 주요 한자 · 고사성어 풀이
- 乳豚炙 (유돈자) — 아직 젖을 먹는 어린 아기 돼지의 뱃속에 산초를 채우고 꼬챙이에 꿰어 숯불에 굴리며 구워내어, 껍질은 주홍빛 금빛을 띠고 고기는 입안에서 눈처럼 사르르 녹게 조리하는 명품 바비큐 요리입니다.
- 糉 (종) — 찹쌀과 대추를 향기로운 대나무 잎이나 갈대 잎으로 단단히 싸서 묶어 시루에 쪄내는 동양의 대표적인 단오 명절용 전통 쌈떡(쭝쯔)입니다.
- 素食 (소식) — 오신채(파, 마늘 등)와 고기, 생선을 배제하고 표고버섯 우린 물, 두부, 들기름, 산나물로만 깊은 감칠맛을 내어 몸과 영혼을 맑게 씻어주는 격조 높은 웰빙 사찰 채식 요리입니다.
- 阿膠 (아교) — 소나 사슴의 가죽을 가마솥에 사흘 동안 푹 고아 진액을 건조해 만드는 견고한 천연 접착제로, 최고급 목공예 가구를 붙이거나 먹을 빚을 때 없어서는 안 될 핵심 원료입니다.
- 松烟墨 (송연묵) — 소나무를 태운 미세한 그을음(송연)에 맑은 아교와 사향을 섞고 수만 번 메질해 굳혀 만드는, 수천 년이 지나도 먹빛이 지워지지 않고 향이 진동하는 최고급 먹입니다.
- 饧 (당) — 엿기름을 물에 풀어 찐 찹쌀밥의 녹말을 가마솥에서 삭히고 달여 끈적하게 고아낸 맑은 전통 조청이자 물엿을 뜻하는 한자어입니다.
- 湯餠 (탕병) — 밀가루를 반죽해 얇고 예리하게 떼어내어 펄펄 끓는 고깃국에 던져 익혀 먹는 요리로, 오늘날 칼국수나 수제비의 역사적인 기원이 되는 고대 국수 요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