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문둔갑비급대전 – 제26권, 주객법(主客法)
이번 장(卷)은 전장(戰場)의 하늘을 관측하는 천문학부터, 바람의 빛깔과 형세로 적의 동태를 파악하는 점풍(占风), 그리고 군대를 지휘할 때 먼저 움직일지 기다릴지를 결정하는 핵심 전술인 주객법(主客法)을 상세히 다루고 있습니다.
1. 하늘과 땅의 이치를 재다: 황도(黄道)와 적도(赤道)
하늘의 꼭대기를 ‘숭고(嵩高)’라 부릅니다. 하짓날 태양의 궤도가 정면으로 내리쬘 때 해시계(岳晷)에 그림자가 생기지 않는 곳입니다.
옛사람들은 춘분과 추분에 태양이 정동(卯)에서 떠서 정서(酉)로 지는 그림자를 통해 천하의 동서(東西)를 정했습니다. 하늘의 중심을 가로지르는 적도(赤道: 하늘의 고정된 기준선)는 만고토록 변하지 않으나, 태양이 지나가는 길인 황도(黄道)는 계절에 따라 출입이 달라집니다.
하짓날에는 태양이 황도의 북쪽으로 24도 치우쳐 정인(寅, 동북동)에서 떠서 정술(戌, 서북서)로 지고, 동짓날에는 남쪽으로 24도 치우쳐 정진(辰, 동남동)에서 떠서 정신(申, 서남서)으로 집니다. 이처럼 태양의 운행에 따라 차이가 생기기 때문에, 하늘의 28수(二十八宿: 천하를 28개로 나눈 별자리)는 모두 변하지 않는 ‘적도’를 기준으로 법도를 삼습니다.
2. 옛 우주관과 별자리가 주관하는 땅
- 우주를 보는 관점: 황제(黄帝)가 주창한 개천설(盖天)은 하늘이 삿갓처럼 땅을 덮고 있다고 보았고, 선야설(宣夜)은 하늘이 텅 빈 공간이라 여겼습니다. 반면 혼천설(浑天)은 하늘이 둥글고 그 속에 만물이 깃들어 있다고 보아 가장 치밀하고 이치에 맞습니다.
- 삼태성(三台星)과 천하 구주(九州): 하늘의 삼태성은 천하의 아홉 고을을 주관합니다. 상대성(上台)은 연주와 예주 등을, 중태성(中台)은 옹주와 기주를, 하태성(下台)은 청주와 서주를 주관하니, 별의 변고를 보고 그 나라의 흉험을 점칩니다.
3. 군수품을 헤아리는 척도(尺度)와 두곡(斗斛)
전장에서 군량과 무기를 잴 때는 엄격한 기준이 필요합니다.
- 길이의 단위(尺度): 1누에고치의 실을 홀(忽)이라 하고, 10홀이 1사(丝), 10사가 1호(毫), 10호가 1리(厘), 10리가 1분(分), 10분이 1촌(寸, 한 마디), 10촌이 1장(丈), 10장이 1인(引)이 됩니다.
- 부피의 단위(斗斛): 기장 60알을 규(圭)라 하고, 4규가 1촬(撮), 1200알이 1금(禽), 2금이 1합(合), 10합이 1승(升, 되), 10승이 1두(斗, 말), 5두가 1곡(斛), 2곡이 1석(石, 섬)이 됩니다.
4. 바람으로 길흉을 읽다: 점풍(占风)과 오음(五音)
“전장에서는 바람의 소리와 흙먼지를 보고 적의 기습과 하늘의 뜻을 읽어야 한다.”
바람의 종류
- 바람이 불어 흙비가 내리는 것을 매(霾)라 하고, 음산하게 비가 내리는 것을 예(曀)라 합니다.
- 해가 떴는데 부는 거센 바람은 폭(暴)이라 하고, 회오리바람은 표(飘)라 합니다.
- 위를 향해 불타오르듯 부는 바람을 퇴(颓), 하늘로 치솟는 회오리를 표(飈)라 합니다.
열두 시진(十二辰)과 다섯 소리(五音)
열두 시진은 전장에서 다섯 가지 소리(오음)와 각각의 주체로 나뉩니다.
- 궁(宫): 자(子)는 양(阳)으로 군주(군대 통수권자)를, 오(午)는 음(阴)으로 왕후를 뜻합니다.
- 치(徵): 동방의 3진으로 축·인(丑寅)은 양으로 국사를 논함을, 미·신(未申)은 음으로 흉한 일을 뜻합니다.
- 우(羽): 남방의 5진으로 묘(卯)는 양으로 물건(군수품)을 뜻합니다.
- 상(商): 북방의 7진으로 진(辰)은 양으로 군사를, 술(戌)은 음으로 적군(도적)을 뜻합니다.
- 각(角): 서방의 9진으로 사(巳)는 양으로 백성을, 해(亥)는 음으로 사건(事)을 뜻합니다.
육정(六情): 전장에 흐르는 여섯 가지 심리 상태
- 자·신(子申): 탐랑(贪狼) – 좋은 것을 탐함.
- 해·묘(亥卯): 음적(阴贼) – 숨어서 분노함.
- 인·오(寅午): 염정(廉贞) – 악함을 미워함.
- 사·유(巳酉): 관대(宽大) – 너그럽고 기뻐함.
- 진·미(辰未): 간음(奸淫) – 쾌락을 즐김.
- 축·술(丑戌): 공정(公正) – 공평하여 슬퍼함.
5. 오음풍의 원근(五音风远近): 바람이 전하는 거리
바람이 부는 형세를 보면 적군이 얼마나 멀리서 다가오고 있는지, 병란이 며칠 뒤에 일어날지 알 수 있습니다.
- 거리의 측정: 궁음(宫)의 바람은 가깝게는 10리, 멀게는 1,000리의 일을 전합니다. 상음(商)은 900리, 각음(角)은 800리, 치음(徵)은 700리, 우음(羽)은 600리의 변고를 암시합니다.
- 위력에 따른 척도: 나뭇잎이 흔들리면 10리, 나뭇가지가 울면 100리, 낙엽이 지면 300리, 작은 가지가 꺾이면 400리, 큰 가지가 꺾이면 500리 밖의 일입니다. 모래가 날리고 바위가 구르며 나무가 뽑힐 정도면 5,000리 밖의 큰 변란을 뜻합니다.
- 시간에 따른 척도: 큰바람이 한 시진(2시간) 불면 100리 밖의 사안이요, 세 시진 불면 500리, 밤낮으로 하루 꼬박 불며 큰 나뭇가지가 꺾이면 2,000리 밖의 거대한 전란을 암시합니다.
6. 풍색(风色): 바람의 형세로 천하를 읽다
바람의 형태는 군주의 정치와 전장의 분위기를 그대로 비춥니다.
- 바람이 맑고 화창하며 부드럽게 가지를 흔들면 군주의 다스림이 밝은 것입니다.
- 지붕을 날리고 나무를 꺾으면 하늘이 분노(怒)한 것이며, 모래를 날리고 돌을 굴리면 광기(狂)가 서린 것입니다. 바람의 결이 어지럽게 교차하면 소인이 판을 치고 군자가 배척당하는 형국입니다.
- 바람 소리가 짐승이 우는 듯 처절(啾唧惨凄)하면 전염병이 돌거나 나라에 큰 상(大丧)이 납니다.
- 먼지가 피어오르며 하늘이 혼미해지면 곧 대군(大兵)이 닥칠 징조요, 맹렬하게 타오르는 듯한 바람은 화재와 가뭄의 재앙을 부릅니다. 돌풍이 불규칙하게 일어 남북을 분간하지 못하면 위아래의 질서가 무너진 것입니다.
7. 승패를 가르는 필승의 전술: 주객법(主客法)
주객법이란, ‘나’와 ‘적’, ‘기다리는 자’와 ‘먼저 치는 자’ 중 누가 이길 것인지를 오행(五行)의 상극으로 가려내는 궁극의 병법입니다.
- 주(主)와 객(客)의 구분:멀리서 온 원정군은 객(客)이요, 가까이서 방어하는 군대는 주(主)입니다. 움직여 공격하는 자가 객이요, 고요히 진영을 지키며 기다리는 자가 주입니다. 양군이 맞붙을 때 먼저 칼을 빼어 드는 자가 객이 되고, 늦게 대응하는 자가 주가 됩니다. 기운이 있는 쪽이 이기고 없는 쪽이 패합니다.
- 오행 상극의 적용:해당 날짜의 납음(纳音)을 ‘객(적군)’으로 삼고, 바람이 불어오는 방향을 ‘주(아군)’로 삼아 승패를 가늠합니다.
- 예시 1: 갑자(甲子)일은 금(金)의 기운을 띤 날입니다. 만약 바람이 미·신, 축·인(화의 기운) 방향에서 불어온다면, 화극금(火克金)의 이치로 불(주인)이 금(객)을 녹이니 기다리는 아군(주인)이 승리합니다. 반대로 금의 기운을 띤 방향에서 바람이 분다면 객이 승리합니다.
- 예시 2: 갑자일(금)에 축·인의 시진(화의 기운)을 당했는데 바람마저 축·미 방향에서 불어오면, 두 개의 화(火)가 하나의 금(金)을 맹렬히 공격하는 형세이니 수비하는 주(아군)가 대승을 거두는 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