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자지귀 3권 권삼:위학일익편(卷三)

📚 노자지귀(老子指归) · 제3편

권삼:위학일익편(卷三)


「세상 지식과 학문을 구하는 것(爲學)은 날마다 인위적인 앎을 더해가는 것(日益)이며, 대자연의 도(道)를 닦는 것(爲道)은 날마다 가식과 욕심을 덜어내는 것(日損)입니다.

덜어내고 다시 또 덜어내어(損之又損) 마침내 아무런 억지 행동이 없는 무위(無爲)의 지극한 경지에 이르면, 일부러 사사로운 의도를 품고 도모하는 일이 없게 됩니다(무위이무이위).

천하를 평안하게 얻고자 하는 자(將欲取天下者)는 언제나 사사로운 일을 꾸미지 않는 고요함(無事)을 지켜야 합니다. 만약 사사로운 욕심으로 억지로 일을 꾸미고 어지럽히는 데(有事) 이르면, 결코 천하를 온전히 다스리거나 차지하기에 부족할 것입니다.」


📖 엄군평(嚴君平) 《노자지귀(老子指歸)》 해설 및 주석

대자연의 도덕(道德)의 교화와 그 오묘한 변화는 지극히 비어 있고 아득히 미묘합니다(變動虛玄). 한없이 넓고 조용하며, 흘러가되 형체가 없고, 가없는 우주의 혼돈 속에서 으뜸의 단서를 찾을 수 없습니다. 눈으로 보려 해도 보이지 않고, 귀로 들으려 해도 들리지 않으나, 텅 비어 우주의 모든 영명한 기운을 받아들이고 인도하므로 삼라만상에 존재하지 않는 곳이 없습니다. 그리하여 마침내 공을 이루고 만물을 완성시키되, 그 미묘한 무위(無爲)의 작용이야말로 천하 만물의 참된 뿌리(萬物之根)가 됩니다.

이러한 깊은 도리를 통해 고찰해 볼 때, 스스로 아는 체하지 않는 진정한 알지 못함의 앎(不知之知)이야말로 모든 참된 지혜의 근본 조상(知之祖)이 되며, 인위적으로 훈계하려 들지 않는 무언의 가르침(不敎之教)이야말로 교육의 참된 종지(教之宗)가 되며, 억지로 행하지 않는 무위(無爲)의 실천이야말로 모든 지극한 행동의 시초(爲之始)가 되며, 사사로이 일을 꾸며 어지럽히지 않는 무사(無事)의 다스림이야말로 세상 모든 경영의 으뜸 근본(事之元)이 됩니다.

무릇 이 네 가지 요체(不知之知·不敎之教·無爲之爲·無事之事)야말로 하늘과 땅이 영원히 귀일하는 법칙이며, 영명한 성인이 걸어갔던 위대한 도리요, 세상의 도덕을 굳게 지키는 은사(處士)들이 대대로 전수해 온 불변의 진리입니다.

그러나 인간 세상이 쇠퇴하여 어짊(仁)과 의로움(義)이 얕고 가벼운 허울로 변하고 백성들의 성정이 진실함을 잃게 되자, 사람들은 더 이상 대자연의 위대한 도(道)를 바라보지 못하고 오직 자신의 얕은 욕심과 잔머리에 따라 함부로 움직이게 되었습니다. 인위적인 지식과 수단에 매몰되고 사사로운 이익과 집착에 찌들어 살아가게 된 것입니다. 이로 인해 사사로운 정과 탐욕이 깊어지고 사람의 영혼은 물질의 노예로 전락하여 온갖 유혹과 연결되었습니다.

이처럼 쇠퇴한 세상에서는 깊고 곧은 진리의 간언은 귀에 거슬려 거부하고(深謀逆耳), 본질을 꿰뚫는 위대한 변론은 마음에 거슬린다며 배척합니다. 참된 다스림의 도를 버리고 오직 얕은 총명함만을 숭상하며, 인위적인 공적을 높이 사고 화려한 이름값(名)만을 고귀하게 여깁니다.

이 때문에 세상 사람들은 온갖 잔꾀와 제도를 만들어 내고, 화려한 미사여구로 책을 지어 편찬하며 이를 백성들에게 가르쳐 훈계하려 듭니다. 하늘과 땅의 뼈대를 억지로 규정하려 들고, 음양의 오묘한 변화를 책력의 틀에 묶으려 하며, 인간의 지극히 자연스러운 처신을 자질구레한 법률로 조각내어 백성들의 원초적이고 참된 순박함을 찢어 흩뜨려 버립니다. 본원적인 순박함을 기만적이고 가식적인 제도로 뜯어고치고, 바람직한 민생의 풍속을 인위적으로 옮겨 놓으며, 고요하고 올바른 상례의 예법을 깨뜨려 무너뜨립니다.

또한 calendars를 억지로 바꾸고 법복을 화려하게 뜯어고쳐 세상 만사를 온통 요란하게 드러내며, 종과 북을 울리고 거문고와 비파를 연주하는 음악 속에 피리와 생황 소리를 섞어 요란하게 치장합니다. 이처럼 자질구레한 예의(禮儀) 삼백 가지와 위엄 서린 몸가짐(威儀) 삼천 가지를 조작해 내어, 결국 사람들로 하여금 서로 시기하고 편을 갈라 다투게 만들며, 억지로 큰 토목공사를 일으키고 글장난으로 기만을 일삼게 만듭니다.

말재주가 뛰어난 자가 아랫사람을 억누르고, 교묘한 속임수를 쓰는 자가 이기며, 털끝만 한 작은 이익을 얻기 위해 사방에서 벌떼처럼 일어나 끝없는 욕심을 부립니다. 이 때문에 천하 백성들은 삶의 참된 뿌리이자 근본(本)을 등지고 떠나며, 말단적이고 화려한 허식(文)에 빠져들고 맙니다.

배움을 구하는 학문(爲學)을 일삼는 자는 날마다 인위적인 아는 체를 보태어 자신의 사리사욕을 채우려 들지만, 도를 구하는 도(爲道)를 닦는 자는 날마다 세상의 헛된 욕심과 가식을 덜어내고 또 덜어내어 마침내 대자연의 텅 빈 순박함(無爲)에 귀일합니다. 사사로운 인위적 지식을 날마다 손해 보듯 덜어내는 것이야말로 참된 삶을 보존하고 천하를 태평하게 다스리는 유일하고 명철한 비결입니다.


📖 주요 한자 · 고사성어 풀이

  • 爲學日益 爲道日損 (위학일익 위도일손) — 학문을 닦는 것은 지식과 아집을 날마다 더하는(益) 일이고, 도를 닦는 것은 인위적인 가식과 욕심을 날마다 덜어내는(損) 일이라는 뜻입니다. 외적인 앎보다 내적인 비움이 본질적임을 설파하는 노자 철학의 정수입니다.
  • 損之又損 (손지우손) — 덜어내고 다시 또 덜어낸다는 뜻으로, 마음속의 편견과 욕심, 인위적인 가식을 완전히 깎아내어 티 없이 맑고 순박한 무위(無爲)의 상태에 도달할 때까지 끊임없이 자신을 비워내는 지극한 수행 태도를 비유합니다.
  • 無事 (무사) — 사사로운 이익이나 욕심을 위해 억지로 큰 공사를 벌이거나 법을 만들어 세상을 어지럽히지 않는 고요한 다스림을 뜻합니다. 천하의 민심을 어지럽히지 않고 스스로 평안하게 보존하는 덕치의 비결입니다.
  • 深謀逆耳 大論忤心 (심모역이 대론오심) — 깊고 올바른 계책은 늘 귀에 거슬리고, 근본을 꿰뚫는 위대한 변론은 마음에 부딪쳐 거부당한다는 뜻입니다. 쇠퇴한 세상의 군주들이 가볍고 달콤한 아첨에 빠져 참된 지혜의 소리를 물리치는 통치적 어리석음을 꼬집는 경고입니다.
  • 背本去根 (배본거근) — 삶의 원초적인 참된 뿌리와 본질(本·根)을 등지고 떠나간다는 뜻입니다. 인위적인 학문과 제도, 명예와 화려한 겉치레에 빠져 본래의 소박한 참된 마음을 상실하는 인간 세상의 타락상을 비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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