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부로 던진 시선의 대가와 진정한 참회: 동인어(瞳人語)
청나라 대문호 포송령의 기이한 단편집 《요재지이(聊齋志異)》에는 인간의 욕망과 그에 따른 응보, 그리고 진심 어린 참회를 다룬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많습니다. 오늘은 그중에서도 ‘눈동자 속의 사람’이라는 독특한 소재를 다룬 ‘동인어(瞳人語)’의 원문과 해석을 아주 상세하게 파헤쳐 보겠습니다.
1. 원문 (原文)
長安士方棟,頗有才名,而佻脫不持儀節。每陌上見游女,輒輕薄尾綴之。清明前一日,偶步郊郭。見一小車,朱茀繡幰,青衣數輩款段以從。內一婢乘小駟,容光絕美。稍稍近覘之,見車幔洞開,內坐二八女郎,紅妝艷麗,尤生平所未睹。目炫神奪,瞻戀弗舍,或先或後,從馳數里。忽聞女郎呼婢近車側,曰:「為我垂簾下。何處風狂兒郎,頻來窺瞻!」婢乃下簾,怒顧生曰:「此芙蓉城七郎子新婦歸寧,非同田舍娘子,放教秀才胡覷!」言已,掬轍土揚生。
生瞇目不可開。才一拭視,而車馬已渺。驚疑而返,覺目終不快,倩人啟瞼撥視,則睛上生小翳,經宿益劇,淚簌簌不得止;翳漸大,數日厚如錢;右睛起旋螺。百藥無效,懊悶欲絕,頗思自懺悔。聞《光明經》能解厄,持一卷浼人教誦。初猶煩躁,久漸自安。旦晚無事,惟趺坐捻珠。持之一年,萬緣俱凈。
忽聞左目中小語如蠅,曰:「黑漆似,叵耐殺人!」右目中應曰:「可同小遨游,出此悶氣。」漸覺兩鼻中蠕蠕作癢,似有物出,離孔而去。久之乃返,復自鼻入眶中。又言曰:「許時不窺園亭,珍珠蘭遽枯瘠死!」生素喜香蘭,園中多種植,日常自灌溉,自失明,久置不問。忽聞此言,遽問妻蘭花何使憔悴死?妻詰其所自知。因告之故。妻趨驗之,花果槁矣,大異之。靜匿房中以俟之,見有小人,自生鼻內出,大不及豆,營營然竟出門去。漸遠遂迷所在。俄連臂歸,飛上面,如蜂蟻之投穴者。如此二三日。
又聞左言曰:「隧道迂,還往甚非所便,不如自啟門。」右應曰:「我壁子厚,大不易。」左曰:「我試闢,得與爾俱。」遂覺左眶內隱似抓裂。少頃開視,豁見幾物。喜告妻,妻審之,則脂膜破小竅,黑睛熒熒,才如劈椒。越一宿,幛盡消;細視,竟重瞳也。但右目旋螺如故。乃知兩瞳人合居一眶矣。生雖一目眇,而較之雙目者殊更了了。由是益自檢束,鄉中稱盛德焉。
異史氏曰:「鄉有士人,偕二友於途,遙見少婦控驢出其前,戲而吟曰:『有美人兮!』顧二友曰:『驅之!』相與笑騁,俄追及,乃其子婦,心赧氣喪,默不復語。友偽為不知也者,評騭殊褻。士人忸怩,吃吃而言曰:『此長男婦也。』各隱笑而罷。輕薄者往往自侮,良可笑也。至於瞇目失明,又鬼神之慘報矣。芙蓉城主不知何神,豈菩薩現身耶?然小郎君生闢門戶,鬼神雖惡,亦何嘗不許人自新哉!」
2. 직역 (Literal Translation)
장안의 선비 방동은 꽤 재주와 이름이 있었으나, 경박하여 예절을 지키지 않았다. 매번 길에서 유람하는 여인을 보면, 문득 경박하게 그 뒤를 쫓았다. 청명절 전날, 우연히 성 밖을 걸었다. 작은 수레를 하나 보았는데, 붉은 덮개와 수놓은 휘장이 있었고 푸른 옷을 입은 종자 여러 명이 천천히 뒤를 따르고 있었다. 안에 한 계집종이 작은 말을 타고 있었는데 용모가 매우 아름다웠다. 조금씩 가까이 다가가 훔쳐보니, 수레 가리개가 활짝 열려 있고 그 안에 열여섯 살가량의 여인이 앉아 있었는데 붉은 화장이 화려하여 생전 처음 보는 미모였다. 눈이 어지럽고 정신을 빼앗겨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혹은 앞서거니 혹은 뒤서거니 하며 수 리를 쫓아갔다. 갑자기 여인이 계집종을 불러 수레 곁으로 오게 하더니 말하기를, “나를 위해 발을 내려다오. 어디의 미친 사내가 자주 와서 훔쳐보는가!”라고 했다. 종이 곧 발을 내리고 노여워하며 방생을 돌아보고 말하기를, “이분은 부용성 칠랑자의 신부께서 친정에 가시는 길이니, 시골 아낙네와 같지 않거늘, 수재(선비)는 함부로 훔쳐보지 마시오!”라고 했다. 말을 마치고, 수레바퀴 자국의 흙을 움켜쥐어 방생에게 뿌렸다.
방생은 눈에 흙이 들어가 눈을 뜰 수가 없었다. 겨우 한 번 닦고 보려 하니 수레와 말은 이미 아득히 사라졌다. 놀라고 의아해하며 돌아왔는데 눈이 끝내 불편하여, 사람을 시켜 눈꺼풀을 열고 살펴보게 하니 눈동자 위에 작은 백태가 생겼고, 하룻밤을 지나니 더욱 심해져 눈물이 줄줄 흘러 멈추지 않았다. 백태가 점점 커져 며칠 만에 동전만큼 두꺼워졌고, 오른쪽 눈동자에는 소라 모양 군살이 솟았다. 온갖 약이 효과가 없어 괴로워 죽을 지경이 되자, 자못 스스로 참회할 생각을 했다. 《광명경》이 재액을 풀 수 있다는 말을 듣고, 한 권을 구해 사람에게 부탁해 읽는 법을 가르쳐달라 했다. 처음에는 오히려 번잡하고 화가 났으나, 시간이 지나며 점차 스스로 편안해졌다. 아침저녁으로 일이 없으면 오직 가부좌를 틀고 염주를 굴렸다. 이것을 1년을 지속하니, 모든 번뇌가 깨끗해졌다.
갑자기 왼쪽 눈 속에서 파리 소리 같은 작은 말소리가 들리더니 이르기를, “칠흑같이 어두워, 도무지 견딜 수가 없구나!” 하니, 오른쪽 눈 속에서 대답하기를, “함께 작게 유람을 나가서 이 답답한 기운을 풀어보자”라고 했다. 점점 양쪽 콧속이 근질근질 가렵더니, 어떤 물건이 나오는 것 같았고 콧구멍을 떠나 나갔다. 한참 뒤에 돌아와, 다시 코로부터 눈구멍 안으로 들어갔다. 또 말하기를, “오랫동안 정원을 보지 못했더니, 진주란이 갑자기 말라 죽었구나!”라고 했다. 방생은 본래 향기로운 난초를 좋아해 정원에 많이 심고 매일 직접 물을 주었는데, 실명한 뒤로 오랫동안 버려두고 묻지 않았다. 갑자기 이 말을 듣고 급히 아내에게 난초꽃이 어찌하여 시들어 죽었느냐고 물었다. 아내가 어떻게 그것을 알았는지 캐물었다. 이에 그 까닭을 말해주었다. 아내가 달려가 확인해보니, 꽃이 과연 말라 있어서 크게 기이하게 여겼다. 조용히 방안에 숨어 기다려보니, 작은 사람이 방생의 코 안에서 나오는데 크기가 콩알만도 못했고, 윙윙거리며 마침내 문밖으로 나갔다. 점점 멀어져 마침내 있는 곳을 알 수 없게 되었다. 잠시 후 팔을 이어 돌아와, 얼굴 위로 날아오르는데 마치 벌이나 개미가 굴로 들어가는 것 같았다. 이와 같이 하기를 이삼 일을 했다.
또 왼쪽에서 말하는 소리가 들리기를, “터널이 굽어 있어, 오가는 것이 매우 불편하니, 스스로 문을 여는 것만 못하다” 하니, 오른쪽에서 대답하기를, “내 쪽은 벽이 두꺼워, 매우 쉽지 않다”라고 했다. 왼쪽에서 이르기를, “내가 한번 열어볼 테니, 너와 함께 지내자”라고 했다. 마침내 왼쪽 눈 안이 은근히 긁히고 찢어지는 듯함을 느꼈다. 조금 뒤 눈을 뜨니, 사물이 훤히 보였다. 기뻐하며 아내에게 알리니, 아내가 살펴본즉 기름진 막에 작은 구멍이 뚫려 검은 눈동자가 반짝거렸는데, 겨우 쪼갠 산초열매만 했다. 하룻밤을 지나니, 가렸던 막이 다 사라졌는데, 자세히 보니 결국 중동(눈동자가 두 개)이었다. 다만 오른쪽 눈의 소라 모양 군살은 예전과 같았다. 곧 두 명의 동인(눈동자 속 사람)이 합쳐 한 눈구멍에 살게 된 것임을 알았다. 방생은 비록 한쪽 눈이 멀었으나, 두 눈을 가진 자와 비교해도 훨씬 더 또렷하게 보였다. 이로 말미암아 더욱 스스로를 검속하니, 마을 안에서 훌륭한 덕을 갖추었다고 칭송하였다.
이사씨(異史氏)가 말한다. “시골에 한 선비가 있었는데, 두 친구와 함께 길을 가다가 멀리서 젊은 부인이 나귀를 타고 그들 앞으로 나서는 것을 보고, 장난삼아 읊기를, ‘미인이 있구나!’ 하였다. 두 친구를 돌아보며 ‘쫓아가자!’ 하고는 서로 웃으며 달리다가, 잠시 후 따라잡고 보니 곧 그의 며느리였으므로, 마음이 부끄럽고 기운을 잃어 묵묵히 다시 말하지 못했다. 친구들은 일부러 모르는 체하며 평가하는 것이 매우 음란했다. 선비가 부끄러워 머뭇거리며 더듬더듬 말하기를, ‘이 아이는 장남의 처라네.’ 하니, 각자 몰래 웃고 그만두었다. 경박한 자는 종종 스스로를 모욕하니, 참으로 가소로운 일이다. 눈에 흙이 들어가 실명한 것에 이르러서는, 또한 귀신이 내린 참혹한 과보이다. 부용성주가 어떤 신인지 알 수 없으나, 어찌 보살이 현신한 것이 아니겠는가? 그러나 어린 도령(동인)이 살아서 문을 열었으니, 귀신이 비록 사납다 하나 어찌 일찍이 사람이 스스로 새로워지는 것을 허락하지 않으리오!”
3. 번역 (Story Translation)
장안에 방동이라는 선비가 있었습니다. 글재주는 뛰어났지만 행실이 가벼워, 길에서 예쁜 여인만 보면 넋을 빼고 졸졸 쫓아다니는 몹쓸 버릇이 있었습니다. 어느 청명절 전날, 성 밖을 걷던 그는 아주 화려하게 장식된 마차를 보게 되었습니다. 수레 안에 타고 있는 열여섯 살 남짓한 여인의 미모가 어찌나 눈이 부신지, 방동은 홀린 듯이 마차 뒤를 수십 리나 쫓아갔습니다.
참다못한 여인이 하녀를 시켜 “어디서 굴러먹던 미친 사내가 자꾸 훔쳐보느냐”며 불쾌해했습니다. 하녀는 “우리 아씨는 부용성 칠랑자의 부인이시다. 네깟 선비가 함부로 볼 분이 아니다!”라고 호통을 치고는 길바닥의 흙을 움켜쥐어 방동의 눈에 확 뿌렸습니다.
그 순간 방동은 눈이 타들어 가는 고통을 느꼈고, 눈을 비비고 떴을 땐 이미 마차는 사라진 뒤였습니다. 그날부터 눈에 백태가 끼기 시작하더니, 오른쪽 눈에는 흉측한 소라 껍데기 같은 혹까지 돋아났습니다. 결국 두 눈이 완전히 멀어버리자, 그는 칠흑 같은 절망 속에서 자신의 가벼운 행실을 뼈저리게 후회했습니다. 그는 《광명경》이라는 불경을 구해 1년 내내 가부좌를 틀고 염주를 굴리며 진심으로 참회했습니다.
1년 뒤, 기이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자신의 양쪽 눈 안에서 파리 소리처럼 웽웽거리는 작은 목소리가 들리더니, 그들이 “너무 캄캄하니 코를 통해 밖으로 산책이나 다녀오자”고 대화를 나누는 것이었습니다. 곧이어 콩알보다 작은 인간들이 그의 콧구멍을 통해 기어 나와 정원을 산책하고 들어왔습니다. 이 ‘동인(瞳人, 눈동자 속 요정)’들은 방동이 맹인이 된 후 방치하여 말라 죽어버린 난초 이야기를 나누었고, 이를 들은 방동이 아내에게 확인해 본 결과 모두 사실이었습니다.
며칠 뒤, 왼쪽 눈의 동인이 “콧구멍으로 다니기 불편하니 아예 문을 뚫자”고 제안했고, 찢어지는 듯한 고통과 함께 방동의 왼쪽 눈을 덮고 있던 흉터 막이 갈라졌습니다. 기적처럼 다시 시력을 회복한 것입니다. 흥미로운 것은 오른쪽 눈에 살던 동인까지 왼쪽 눈으로 이사를 오는 바람에, 그의 왼쪽 눈은 두 개의 눈동자를 가진 ‘중동(重瞳)’이 되었습니다. 한쪽 눈은 여전히 실명 상태였지만, 중동이 된 왼쪽 눈 덕분에 이전보다 세상을 훨씬 더 선명하고 지혜롭게 볼 수 있었습니다. 이후 방동은 행실을 바르게 하여 마을에서 존경받는 덕 높은 선비가 되었습니다.
포송령은 마지막 평론(이사씨왈)에서 길 가던 미인을 희롱하려 쫓아갔다가 자신의 며느리임을 알고 망신을 당한 어느 선비의 우스운 일화를 소개합니다. 그러면서 남을 함부로 훔쳐보고 희롱하는 경박함이 얼마나 부끄러운 짓인지 일침을 가하며, 비록 귀신이 실명이라는 무서운 벌을 내렸으나 사람이 진심으로 반성하고 참회하면 결국 용서하고 새 삶을 살게 해준다는 훈훈한 결론을 맺습니다.
4. 고대 언어 해석 및 주석 (Annotations & Interpretations)
본문 이해를 돕기 위해 원문에 쓰인 고대 어휘와 상징들을 상세히 풀이합니다.
- 佻脫 (조탈): 언행이 경박하고 진중하지 못함을 뜻합니다. 방동의 초기 성격을 대변하는 핵심 단어입니다.
- 歸寧 (귀녕): 출가한 딸이 친정 부모의 안부를 묻기 위해 친정에 가는 것을 말합니다. (마차에 탄 여인의 상황)
- 翳 (예): 눈동자를 가리는 백태. 안과 질환의 일종으로, 물리적 형벌이자 세상을 제대로 보지 못하는 무지(無知)를 상징합니다.
- 旋螺 (선라): 소라 껍데기 모양. 오른쪽 눈에 돋아난 기형적인 혹을 묘사합니다.
- 趺坐捻珠 (부좌념주): 두 다리를 엇갈려 얹고 앉는 가부좌(趺坐) 자세로 염주(捻珠)를 돌리는 행동. 불교적 참회의 구체적 행위입니다.
- 營營然 (영영연): 파리나 벌 따위가 윙윙거리며 날아다니는 모양, 혹은 바쁘게 오가는 모습을 나타내는 의태어입니다.
- 劈椒 (벽초): 쪼갠 산초나무 열매. 새로 뚫린 눈동자의 구멍이 처음에는 아주 작았음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것입니다.
- 重瞳 (중동): 한 눈구멍 안에 눈동자가 두 개 겹쳐 있는 것. 고대 중국에서는 순(舜) 임금이나 초패왕 항우(項羽)가 중동이었다고 전해지며, 범인과 다른 성인이나 귀인의 징표로 여겨졌습니다. 방동이 육체의 한계를 극복하고 깨달음을 얻어 더 높은 차원의 통찰력을 얻었음을 상징합니다.
- 異史氏 (이사씨): 《요재지이》의 저자 포송령 스스로를 가리키는 호칭입니다. 사마천이 《사기》에서 ‘태사공왈(太史公曰)’이라며 자신의 평론을 덧붙인 것을 모방한 기법입니다.
- 評騭 (평즐): 인물이나 사물의 가치, 우열 등을 왈가왈부하며 평가하는 것을 말합니다. 평론 부분에서 선비의 친구들이 며느리를 두고 음란하게 품평하는 상황을 나타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