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위눌림 속 귀신을 물어뜯어 살아남은 남자, 요귀(咬鬼)
여름날의 서늘한 가위눌림, 그리고 그 공포를 이겨낸 기괴한 기록을 소개합니다. 포송령의 《요재지이》에 실린 짧지만 강렬한 이야기, 요귀(咬鬼)입니다.
1. 원문(原文)
沈麟生云:其友某翁者,夏月晝寢,朦朧間見一女子搴簾入,以白布裹首,縗服麻裙,向內室去,疑鄰婦訪內人者。又轉念,何遽以兇服入人家?正自皇惑,女子已出。細審之,年可三十餘,顏色黃腫,眉目蹙蹙然,神情可畏。又逡巡不去,漸逼近榻。遂偽睡以觀其變。無何,女子攝衣登床壓腹上,覺如百鈞重。心雖了了,而舉其手,手如縛;舉其足,足如痿也。急欲號救,而苦不能聲。女子以喙嗅翁面,顴鼻眉額殆遍。覺喙冷如冰,氣寒透骨。翁窘急中思得計:待嗅至頤頰,當即因而嚙之。未幾果及頤。翁乘勢力齕其顴,齒沒於肉。女負痛身離,且掙且啼。翁齕益力。但覺血液交頤,濕流枕畔。相持正苦,庭外忽聞夫人聲,急呼有鬼,一緩頰而女子已飄忽遁去。夫人奔入,無所見,笑其魘夢之誣。翁述其異,且言有血證焉. 相與檢視,如屋漏之水流浹枕席。伏而嗅之,腥臭異常。翁乃大吐。過數일, 口中尚有餘臭云.
2. 직역(直譯)
심린생이 말하기를, 그의 친구인 어떤 노인이 여름날 낮잠을 자는데, 비몽사몽간에 한 여자가 발을 걷고 들어오는 것을 보았다. 흰 천으로 머리를 싸고 최복(상복)과 삼베 치마를 입고 안방으로 향하거늘, 이웃 부인이 안사람을 보러 온 것인가 의심했다.
다시 생각하니 어찌 갑자기 흉한 복장(상복)을 하고 남의 집에 들어오는가? 정히 스스로 당황해하는데 여자가 이미 나왔다. 자세히 살펴보니 나이는 서른 남짓이고 안색은 누렇게 부어 있었으며 눈썹과 눈은 찡그린 모습이라 그 신색이 두려워할 만했다. 또 머뭇거리며 떠나지 않고 점차 침상으로 다가왔다. 이에 거짓으로 잠든 척하며 그 변화를 살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여자가 옷자락을 잡고 침상에 올라 배 위를 누르는데, 무게가 백 균(千斤) 같았다. 마음은 비록 또렷했으나 손을 들려 하니 손은 묶인 듯했고, 발을 들려 하니 발은 마비된 듯했다. 급히 소리쳐 구원을 요청하려 했으나 괴롭게도 소리가 나지 않았다.
여자가 입을 내밀어 노인의 얼굴을 맡는데, 광대뼈와 코, 눈썹과 이마를 거의 다 훑었다. 그 입술은 얼음처럼 차갑고 기운은 뼈 사무치게 차가웠다. 노인이 다급한 중에 계책을 생각하기를, ‘턱과 뺨에 이를 때를 기다려 즉시 물어뜯으리라’ 했다. 머지않아 과연 턱에 이르렀다.
노인이 기세를 타 힘껏 그 광대뼈를 깨물자 이빨이 살 속으로 박혔다. 여자가 통증을 견디며 몸을 떼어내려 애쓰며 울었다. 노인은 더욱 힘껏 깨물었다. 다만 혈액이 턱에 뒤섞여 베개 곁으로 축축하게 흐르는 것을 느꼈다. 서로 버티느라 고통스러운 참에 마당 밖에서 홀연히 부인의 목소리가 들렸고, 급히 귀신이 있다고 소리치며 입을 벌리는 순간 여자가 홀연히 달아나 버렸다.
부인이 달려 들어왔으나 보이는 것이 없자 헛된 꿈이라며 비웃었다. 노인이 그 기이함을 말하며 또한 피의 증거가 있다고 했다. 서로 살펴보니 지붕에서 샌 물처럼 베개와 자리에 흘러 넘쳐 있었다. 엎드려 냄새를 맡으니 비린내가 유독 심했다. 노인이 이에 크게 토했다. 며칠이 지나도록 입안에 남은 냄새가 있었다고 한다.
3. 번역(Narrative Translation)
심린생의 친구인 한 노인이 여름날 낮잠을 자다 겪은 일입니다. 잠결에 상복을 입은 여자가 집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보고 이웃집 사람인가 했으나, 상복 차림으로 남의 집에 불쑥 들어오는 것이 예사롭지 않아 노인은 죽은 듯이 누워 상황을 지켜보았습니다. 여자는 노인의 침상으로 다가와 몸 위를 짓눌렀는데 그 무게가 엄청났습니다. 가위눌림 상태에서 노인은 소리를 지르려 했지만 입이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귀신은 노인의 얼굴 여기저기를 킁킁거리며 냄새를 맡기 시작했습니다. 그 입술과 숨결은 뼈가 시릴 정도로 차가웠습니다. 노인은 공포 속에서도 기회를 엿보다 귀신의 얼굴이 자신의 턱 근처로 오자마자 온 힘을 다해 귀신의 뺨을 물어뜯었습니다. 귀신은 비명을 지르며 도망치려 했지만 노인은 죽기 살기로 놓아주지 않았습니다. 입안 가득 비린 액체가 흘러들었습니다. 그때 마당에서 부인의 목소리가 들리자 귀신은 순식간에 사라졌습니다. 잠에서 깬 노인의 베개에는 정체불명의 검은 액체가 흥건했고, 그 비린내가 어찌나 심했던지 노인은 며칠 동안이나 구토와 악취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4. 고대 언어 해석 및 주석(Commentary)
- 晝寢(주침): 낮잠.
- 搴簾(건렴): 커튼이나 발을 걷어 올림.
- 縗服(최복): 상제가 입는 겉옷. 거친 삼베로 만든 상복을 의미함.
- 皇惑(황혹): 당황하고 의심스러워함.
- 蹙蹙然(축축연): 눈썹을 찌푸리거나 근심 어린 표정.
- 逡巡(준순): 머뭇거리며 뒤로 물러나거나 배회함.
- 百鈞(백균): ‘균’은 고대의 무게 단위(약 15kg). 즉, 엄청난 무게를 상징.
- 了了(료료): 정신이 아주 또렷함.
- 痿(위): 저리거나 마비되어 움직일 수 없는 상태.
- 喙(훼): 짐승의 주둥이나 입. 귀신을 비인간적인 존재로 묘사할 때 쓰임.
- 頤(이): 턱.
- 齕(흘): 깨물다, 씹다.
- 屋漏之水(옥루지수): 천장에서 새어 나온 물. 귀신의 피나 액체가 맑지 않고 탁함을 비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