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력이 넘쳤던 손옹, 침대 위 괴생명체를 붙잡다! 착호(捉狐)
안녕하세요! 오늘은 기이하고 신비로운 고전 소설 속 이야기를 하나 소개해 드리려 합니다. 바로 요괴나 귀신 이야기의 정수로 불리는 《요재지이》에 수록된 ‘착호(여우를 잡다)’라는 이야기입니다. 낮잠을 자던 중 정체불명의 생명체를 마주한 손옹의 긴박한 순간을 함께 살펴보시죠.
1. 원문 (原文)
孫翁者,餘姻家清服之伯父也,素有膽。一日晝臥,仿佛有物登床,遂覺身搖搖如駕雲霧。竊意無乃魘狐耶?微窺之,物大如貓,黃毛而碧嘴,自足邊來。蠕蠕伏行,如恐翁寤。逡巡附體,著足足痿,著股股軟。甫及腹,翁驟起,按而捉之,握其項。物鳴急莫能脫。翁亟呼夫人以帶系其腰,乃執帶之兩端笑曰:「聞汝善化,今注目在此,看作如何化法。」言次,物忽縮其腹細如管,幾脫去. 翁乃大愕,急力縛之,則又鼓其腹粗於碗,堅不可下!力稍懈,又縮之。翁恐其脫,命夫人急殺之。夫人張皇四顧,不知刀之所在,翁左顧示以處。比回首則帶在手如環然,物已渺矣。
2. 직역 (直譯)
손옹(孫翁)이라는 사람은 나의 인가(사돈댁) 청복(淸服)의 백부인데, 평소 담력이 있었다. 어느 날 낮에 누워 있는데, 마치 어떤 물체가 침대 위로 오르는 듯하더니 곧 몸이 구름과 안개를 탄 듯 흔들거림을 느꼈다. 속으로 ‘혹시 가위눌리는 여우가 아닌가?’ 생각하며 몰래 훔쳐보니, 물체는 크기가 고양이만 하고 노란 털에 푸른 주둥이를 가졌는데 발치로부터 왔다. 꿈틀꿈틀 기어오는데 마치 손옹이 깨어날까 두려워하는 듯했다. 머뭇거리며 몸에 붙는데, 발에 닿으니 발이 마비되고 넓적다리에 닿으니 넓적다리가 힘이 빠졌다. 겨우 배에 이르자 손옹이 갑자기 일어나 눌러서 그것을 잡고 목덜미를 움켜쥐었다.
물체가 급하게 울어댔으나 벗어날 수 없었다. 손옹이 급히 부인을 불러 띠(끈)로 그 허리를 묶게 하고는, 띠의 양 끝을 잡고 웃으며 말했다. “네가 변화에 능하다고 들었다만, 지금 여기서 눈을 부릅뜨고 보고 있으니 어떻게 변하는지 한번 보자꾸나.”
말을 하는 사이, 물체가 갑자기 그 배를 줄여서 대나무 대처럼 가늘게 만드니 거의 빠져나갈 뻔했다. 손옹이 크게 놀라 급히 힘을 주어 묶으니, 이번에는 다시 그 배를 사발보다 굵게 부풀리는데 단단하여 누를 수가 없었다! 힘이 조금 늦춰지면 다시 그것을 줄였다.
손옹은 그것이 달아날까 두려워 부인에게 급히 죽이라고 명령했다. 부인이 당황하여 사방을 둘러보며 칼이 있는 곳을 알지 못하자, 손옹이 왼쪽을 돌아보며 장소를 가리켜 주었다. 다시 고개를 돌려보니 띠는 손안에 고리 모양으로 남아 있고, 물체는 이미 아득히 사라지고 없었다.
3. 번역 (의역)
손옹은 필자의 사돈인 청복의 백부로, 본래 배짱이 두둑한 인물이었습니다. 어느 날 낮잠을 자고 있는데 무언가 침대 위로 올라오는 기척이 느껴졌습니다. 몸이 마치 구름 위에 둥둥 떠 있는 듯 묘한 기분이 들자, 손옹은 ‘이것이 말로만 듣던 여우의 장난인가?’ 싶어 실눈을 뜨고 살펴보았습니다.
고양이만 한 크기에 노란 털, 그리고 푸른 빛이 도는 주둥이를 가진 기이한 짐승이 발치에서부터 조심조심 기어오고 있었습니다. 녀석이 몸에 닿을 때마다 닿은 부위의 감각이 사라지고 힘이 풀렸습니다. 녀석이 배 근처까지 다다랐을 때, 손옹은 번개같이 일어나 녀석의 목덜미를 꽉 움켜쥐었습니다!
여우는 비명을 지르며 발버둥 쳤지만 손옹의 악력을 이길 수 없었습니다. 손옹은 부인을 불러 허리띠로 녀석을 묶게 한 뒤 호기롭게 웃으며 말했습니다. “네 이놈, 둔갑술에 능하다더니 내 눈앞에서 어디 한번 재주를 부려보아라!”
그 순간, 여우는 배를 가느다란 파이프처럼 줄여 포박을 빠져나가려 했습니다. 손옹이 놀라 힘껏 띠를 조이자, 이번에는 배를 사발보다 더 크게 부풀려 버티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줄였다 늘렸다 하는 통에 놓칠까 겁이 난 손옹은 부인에게 칼을 가져와 죽이라고 소리쳤습니다. 부인이 당황해 칼을 못 찾자 손옹이 잠시 고개를 돌려 칼의 위치를 알려주었습니다. 그런데 다시 고개를 돌린 순간, 손옹의 손에는 둥글게 말린 허리띠만 남아있을 뿐 여우는 감쪽같이 사라지고 없었습니다.
4. 주요 어휘 해석 및 주석
- 姻家(인가): 혼인으로 맺어진 집안, 즉 사돈댁을 의미합니다.
- 素有膽(소유담): 평소(素)에 담력(膽)이 있음.
- 無乃(무내): ‘혹시 ~이 아닌가’, ‘아마도 ~일 것이다’라는 추측의 부사입니다.
- 魘狐(염호): 사람을 가위눌리게(魘) 만드는 여우(狐).
- 碧嘴(벽취): 푸른색(碧)의 주둥이(嘴). 여기서는 기이한 요괴의 형상을 묘사합니다.
- 逡巡(준순): 머뭇거리며 뒷걸음질 치거나 조심스럽게 움직이는 모양.
- 痿(위): 마비되다, 저리다.
- 甫(보): 겨우, 막 ~했을 때.
- 善化(선화): 변화(둔갑)를 잘함.
- 張皇(장황): 당황하여 갈팡질팡하는 모습.
- 渺(묘): 아득하다, 흔적도 없이 사라지다.